지난 3일 밤 10시30분 느닷없는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있었다. 기말고사 기간이라 카페에서 공부하던 나는 카페에서 그 소식을 확인했고, 순식간에 주변 대학생들도 수군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이래 이게 뭐야?”, “이게 지금 어떻게 되는거야?”, “그럼 우리 내일 시험 안보는거야?”, “학교 휴강하는 거 아니야?”
2024년에 일어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 살아생전 우리가 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일이 발생하면서 대학생들의 반응은 ‘당황’ 그 자체였다. 학내 커뮤니티에서도 난리가 났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유는 다음과 같다. “지금까지 국회는 정부 출범 이후 22건의 탄핵소추를 발의하였으며 22대 국회 출범 이후에도 10명째 탄핵 추진 중이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비상사태이지 국가 비상사태가 아니다.
되레 우리는 윤 정부 하에서의 하루하루가 비상사태다. 놀러 나갔던 친구들이 죽어서 돌아왔고, 군대 간다고 송별회 해줬던 동생의 장례식에 가야했다. SNS에 같이 찍은 사진을 올렸더니 내 사진으로 성착취물을 만들어 배포하고, 수업 듣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모조리 알바에 쏟아부어도 학비는커녕 생활비 충당하기도 어렵다. 오르는 가스비가 아까워 자취방에 보일러는 꺼둔 지 오래고, 전기세라도 줄여보려 더운 여름 선풍기로 버티는 것이 일상이다.
이런 것이 국가 비상사태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싶은 심정이다. 자신의 비상사태를 국가 비상사태로 여기는 정부가 대한민국 정부라고 할 수 있을까. 정상적인 정부였다면 국민의 요구, 국회의 요구를 받아들여야지 거부권을 남발하지는 말았어야 한다.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국회가 막혔다는 뉴스가 뜨자마자 국회로 달려간 대학생과 시민들이 있었다. 위태롭던 나라를 구해낸 것은 그들이다. 우리의 손으로 나라를 다시 구했고, 또 구하러 나가야한다. 우리 손으로 막아낸 비상계엄 선포를 넘어서서 이제 우리 손으로 대통령을 끌어내리자. 스스로 우리의 삶을 구하고 나라를 구하자.
/유매연 행동하는경기대학생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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