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지방정부 유일 전담부서 운영
생활·행정 속 침해 사안 검토·개선
사전 영향평가도 시정 전반서 진행
올해는 시민 주도로 기본계획 수립
가까운 곳에서 가치 누리도록 할 것
지방정부 차원에서 인권 행정은 상당한 모험이다. 산적한 지방사무와 현안, 한정된 인력과 예산 내에서 인권 행정을 한다는 것은 모든 구성원의 큰 결단이 필요한 일이다. 인권은 경제성과 효율성의 잣대로 재단할 수 없는 인류 보편의 가치다. 하지만 인권 행정의 성과는 시민들이 즉각 체감하기 어렵다는 약점이 있다. 소외되기 쉬운 사회적 소수와 약자의 권리 보호 증진에 주력하기 때문에 특히 그러하다. 더군다나 인권에 대한 중앙 보조금, 광역 매칭 사업도 전무 한 실정은 인권 행정을 주저하는 지방정부로서는 모험을 주저할 또 하나의 명분이 되기도 한다.
그러함에도, 지방정부가 인권 행정을 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대한민국 헌법이 명시하는 국가의 기본권 보장 의무와 지방자치의 원리, 그리고 국제 인권규범에서 강조하는 국가의 인권보장 의무를 지역 단위에서도 종합적으로 구현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유엔인권이사회에 속한 지방정부이자 인권 결의 주도국으로서 2013년도부터 최근까지 총 7회 결의안 채택을 주도하며 인권의 지역화 및 인권의 보호와 증진에 대한 지방정부의 역할을 강조해왔다. 지방정부가 조례와 정책을 비롯해 국제인권법상 국가의 의무에 해당하는 행동계획, 인권영향평가, 인권 전략 이행 모니터링 메커니즘을 개발 및 실행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수원시는 유엔인권이사회의 권고를 적극적으로 이행해 오고 있다. 인권 가치 증진이 중요한 시대적 요구임을 인식하고 선제적으로 인권 행정을 펼쳤다. 2013년 7월31일 시민의 인권을 보장하고 증진하는데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수원시 인권 기본 조례’를 제정하여 모든 시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며 행복한 삶의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인권도시 실현을 공표했다.
수원시는 기초 지방정부 중 유일한 시민의 인권 전담 부서인 ‘인권담당관’을 운영 중이다. 전국 기초 지방정부 중 유일한 독립적인 과(課) 단위의 지방행정 인권 조직으로, 인권행정 및 인권침해 구제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2015년부터 운영한 수원시 인권센터에는 매년 100명이 넘는 시민이 권리 구제를 위해 문을 두드린다. 시민에게 인권침해 피해가 발생하면 시민인권보호관이 독립적으로 사안을 조사하고, 시정방안을 관련 부서에 권고한다. 도시미관을 위해 설치한 가로 화분이 장애인 이동권과 보행자 보행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여 개선을 권고한 사례, 지방세 체납고지서 겉면에 체납자임을 알 수 있는 정보가 담긴 안내 문구를 삭제한 사례 등, 시민의 생활과 행정 속 다양한 인권침해 사안을 검토하고 개선을 이끈다.
사전 인권 영향평가도 시정 전반에서 진행하고 있다. 각종 행정 영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 요소를 사전에 점검하고 모니터링도 한다. 자치법규 제·개정, 사업 계획 수립, 위수탁계약서 작성부터 투표소 설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행정 분야에서 인권의 요소를 사전 검토하고 개선 사항을 권고해 시민의 인권침해 요소를 사전 예방하고 있다.
올해는 시민과 함께 제3차 인권 기본 계획(2024~2028)을 수립했다. 시민주도로 만든 계획이라 의미가 남다르다. 시민의 인권 분야 정책 제안을 받아 원탁토론과 전문가 집담회 과정을 거쳐 계획을 다듬었다. 앞으로 더욱 다양한 방법으로 인권 영역에 시민의 참여를 이끌어 시민 누구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인권의 가치를 누릴 수 있게 하겠다. ‘시민과 함께하는 모두를 위한 인권도시 수원’을 위한 모험은 계속될 것이다.
오는 12월10일 세계인권선언 76주년을 맞아 ‘2024 수원시 인권의 날’ 기념식이 시청 중회의실에서 열린다. 세계인권선언을 시민과 참여자들이 직접 낭독하며 인권이 지닌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고, 수원시가 실질적 인권 보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더 필요한지 함께 소통하는 따뜻한 자리가 되길 희망한다.
/조경만 수원시 인권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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