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속 작가 광고와 달라 ‘분통’
예복 안 주거나 폐업한 곳도
웨딩사기, 혼인율과 동반 증가
성남시민인 김형민(33)씨는 최근 ‘아이폰 스냅’ 사기를 당했다. 카메라로 찍는 웨딩 촬영과 별개로 아이폰을 통해 결혼식 사진을 빨리 받아볼 수 있다는 장점에 30만원을 들여 계약했지만, 결과물은 기대 이하였다.
스냅 업체는 전속 작가를 보낸다는 광고와 달리 일일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했다. 뒤늦게 업체에 연락했지만 이미 잠적해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씨와 같은 피해를 본 예비부부들은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소송 인원만 1천명에 피해액도 2억4천여 만원이다.
앞서 지난 9월엔 수원시 팔달구의 한 예복 제작업체 대표가 예비부부 187명을 상대로 10억여 원을 탈취하고, 예복을 제공하지 않는 등 범행을 저질러 검찰에 송치됐다. 10월엔 서울 강남구의 한 예복업체가 돌연 폐업해 예비부부 238쌍이 집단 고소에 나섰다. 확인된 피해액만 4억4천여 만원에 달한다.
이처럼 예비부부를 상대로 웨딩업체들의 사기가 기승(10월15일자 7면 보도)을 부리자 결혼 준비 과정에서의 사기 행태 근절 및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21일엔 웨딩업계의 사기 범죄 처벌강화와 예비부부들을 위한 보호 대책을 마련하라는 국회 국민동의청원까지 나와 현재까지 4천여 명이 동의한 상태다.
웨딩 업계 사기 피해가 도드라지는 배경에는 혼인율 증가가 한몫하고 있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혼인 건수는 5만1천여 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가 증가했다. 지난 1분기, 2분기 역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4%, 17.1%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혼인 인구수가 상승하자 웨딩 사기 피해자도 늘어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늘어나는 웨딩업계 수요에 따라 공급자들의 영향력이 늘어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철 숙명여자대학교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웨딩 업계 계약 특성상 당장 재화나 서비스를 받는 게 아니다 보니 업체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 계약금을 받고 이행하지 않을 위험이 크다”며 “내년부터 도입될 웨딩 서비스 가격표시제 역시 예비부부와 웨딩업계 사이에 정보 불균형은 해소할 수 있어도 사기는 막기 어려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