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새벽은 그야말로 충격의 도가니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국민 긴급담화를 통해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계엄사령관을 임명하고 포고령을 통해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군부 독재 체제에서 들어볼 법한 단어들이 포고령에 포함되었고 시민들은 불안에 떨었지만, 하나 둘 국회로 모여들었습니다. 이윽고 계엄군이 국회에 들어와 본회의장 진입을 시도했지만 시민들과 국회 관계자들의 거센 저항에 결국 무산됐고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재석 190, 찬성 190으로 만장일치로 가결돼 계엄령 선포가 무효 됐습니다.
계엄이 법적 효력을 잃게 되자 국회에 진입했던 군 병력들은 하나 둘 철수를 시작했고, 결국 윤 대통령은 4일 새벽 4시 27분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 선포를 해제 했습니다. 이번 비상 계엄 사태는 계엄이 선포된 뒤 겨우 몇시간 만에 수많은 시민들과 국회의원이 모여들고, 법안을 의결해 곧바로 해제시키는 등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국민들의 단합성을 엿볼 수 있었고 SNS와 여러 외신들도 이에 주목했습니다.
위 사진은 국회에서 철수하는 한 군인을 시민들이 바라보는 장면입니다. 별다른 초상권 허가를 미리 얻지는 못해 모자이크 처리를 했습니다만, 군인도 특수작전(?)에 투입됐다 작전 실패한 모양새가 아니고 그걸 바라보는 시민과 관계자들의 표정도 화나있다기 보다는 그저 어이가 없다는 얼굴이었습니다. 모두들 6시간 동안의 짧은 악몽을 꿨다는 듯이요. 그러나 악몽은 깨어났어도 그 폭풍은 이제부터 시작인 듯합니다.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