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 이후 야당 발 탄핵소추안에 대한 국회 표결을 하루 앞두고 여야 정치권은 6일 정당별 대응 수위를 숙의하며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에 사실상 찬성하는 쪽으로 급선회하자, 윤 대통령의 요청으로 윤·한 면담을 가졌고, 한때 윤 대통령의 국회 방문 소식이 알려져 야권이 진입 저지에 나서는 해프닝이 벌어진 가운데 민주당 등 야당에서는 2차 비상계엄 선포 가능성을 제기하며 윤 대통령의 직무정지를 거듭 요구했다.
제2의 계엄 선포 주장과 국회에 헬기 착륙을 막기위해 운동장에 버스를 배치하는 촌극도 빚어졌다.
정치권의 극한 대립으로 국민들은 심각한 혼란과 불안 속에 방송과 언론매체의 속보를 지켜보며 정국을 바라보았고,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속보경쟁으로 국민혼란이 가중되자, 우원식 국회의장은 특별담화를 통해 국민 불안 해소에 나서는 모습을 연출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하자 국민의힘 내부는 크게 동요하는 모습이었다. 조경태 의원과 같이 공개적인 찬성 의견을 밝힌 반면 김기현 의원은 강한 비판의 글을 남기는 등 하루 종일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오전 8시40분 긴급 최고위원회의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매우 무거운 분위기가 이어졌다.
오전 11시부터 진행된 의원총회는 마무리되지 않은 채 점심시간이 지나면서 의원들이 하나둘 빠져나왔지만, 의원들은 하나같이 무거운 표정에 말을 아꼈다.
송석준(이천) 의원은 “아직 아무것도 진행된 게 없다. 한 대표가 오후에 온다고 해서 그때 다시 논의가 될 것 같다”고 짧게 말했다.
김성원(동두천양주연천을) 의원도 “2~3시께 한 대표가 오면 그때 다시 의총을 소집한다”고 했다.
의원총회가 열린 국회 예결위원회 회의실에선 공개 발언은 하지 않았고, 의원들끼리 서로 대화를 나누는 등 한 대표가 국회로 돌아오기만 기다리는 분위기였다.
장외에선 한동훈 대표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김기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대표의 ‘사실상 탄핵 동참’에 대해 “순간 귀를 의심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가 아닌지 헷갈릴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미 정한 당론을 변경하거나 대통령 탄핵을 할 경우는 의총에서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당론을 정할 때는 당 대표와 상의하라고 외치더니 정작 이 엄청난 결정을 내릴 때에는 당헌·당규를 위반한 채 혼자 처신한 것이다. 제왕적 대표인가”고 항의했다.
한편, 추경호 원내대표는 국회의원과 보좌진의 경내 대기와 오후 2시부터 의총장 재착석을 당부하는 메시지를 내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당 국회의원 전원과 당직자·보좌진 전원에게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될 때까지 국회 본청에 대기하라는 총동원령을 내렸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모두 모일 것이고 본청을 떠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측에 여야 대표 회담을 제안한 상태다. 이에 대해 노 원내대변인은 “한 대표 측에서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해서 언제 회동을 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원내대표직 수행 자격이 없고, 국회의원 자격도 즉시 중단해야 한다며 제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게 나왔다”고도 전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나라와 국민을 큰 위기에 빠트려 대통령 직무가 계속된다면 위험은 점점 가중될 것”이라며 “국가적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해 신속하게 직무를 정지시켜야 한다. 여야 대표 모두 직무정지 필요성에 대한 깊은 공감대 이뤄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탄핵소추안 표결이 안전하고 확실하게 이뤄지기 위해 원내 비상 총동원령을 내렸다”며 “의원·보좌진·당직자 모두 탄핵소추안 표결될 때까지 비상대기한다. 민주당은 대한민국과 국민 그리고 국회를 지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 국회 방문 소동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오후 국회 국민의힘 의원총회장을 전격 방문해,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소문이 전해지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보좌진들이 국회 의사당 본청 입구와 예결위 회의장을 막아서 대통령의 국회 방문 저지에 나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윤 대통령의 국회 방문 일정이 없다”는 대통령실의 언급에도 국회 주변에선 윤 대통령이 국회에 도착했다는 미확인 문자가 퍼지는 등 혼란 분위기가 계속됐다.
야당에서 주장하는 제2 계엄선포에 대비해 국회 운동장에 헬기 착륙을 막지하기위해 국회 운동장에 대형버스를 배치하는 소동도 벌였다.
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들에게 “내란수괴가 윤석열이 어떻게 국회 들어온다는 건가. 윤석열 반드시 체포해 탄핵하고 엄벌해야 한다. 국회사무처도 윤 대통령이 들어올 수 없도록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의 총장인 예산결산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내란수괴 윤석열이 국회에 들어와서는 안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3시를 전후해 국회 안팎에는 윤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한다는 소문, 국회를 방문해 계엄령을 다시 선포한다는 소문,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임기 단축 개헌을 선언한다는 확인되지 않은 지라시성 문자들이 난무했다.
그러나 3시10분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오늘 대통령의 국회 방문 일정은 없다”고 정리했다.
/정의종·권순정·오수진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