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엔 5도2촌으로 시작했는데, 이젠 2도5촌이 됐어요. 완전히 거꾸로 바뀌었죠”
녹록지 않은 현실에 절망하는 귀농귀촌 사례(11월25일자 1·3면 보도)도 있지만, 착실한 준비와 경험으로 성공한 귀농을 이룬 사례도 많다.
‘5도2촌’(5일은 도시에, 2일은 촌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주말마다 농촌을 찾아 ‘불멍’을 때리며 여유를 찾았던 박동준(52)·지영숙(55)씨 부부는 이제 여주시에 집을 얻어 귀농귀촌의 꿈을 이룬 성공사례다.
복잡한 도심을 떠나 여유를 찾기 위해 농촌으로 온 이들은 경기도의 ‘귀농인의 집’을 활용해 여주에 정착하게 됐다.
경기도귀농귀촌지원센터는 2019년부터 지난 10월까지 화성과 여주 두 곳에 귀농인의 집을 조성해 귀농 희망자들에게 임대했다. 농촌에서 1년여간 살아보면서 귀농 희망자들이 정착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실제로 귀농인의 집에서 살아본 입주자 8가족 중 5가족이 농촌에 정착하는 성과를 낳았다. 귀농인의 집이 귀농귀촌을 꿈꾸는 이들의 징검다리가 돼 준 것이다.
박동준·지영숙씨 부부도 1년여간 임대해 살았던 여주 귀농인의 집에 정이 들어 집주인과 매매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임대했던 집이었지만 내 집마냥 가꿔놓은 텃밭을 두고 떠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방문한 여주시 가남읍에 있는 부부의 집 앞 텃밭에는 꽃과 나무 뿐만 아니라 상추·루꼴라·시금치·마늘 등 각종 작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성남과 서울 등에서 자영업을 하며 도시 생활에 지친 이들은 농업 교육 등을 찾아다니며 귀농귀촌을 막연히 꿈꿔왔다. 그러나 막상 집과 땅을 구하고 시작하긴 쉽지 않았던 차에 귀농인의 집을 알게돼 신청을 결심했다고 한다.
“SNS 영상같은걸 보면 귀농귀촌한 사람들에게 원주민의 텃세가 엄청나다는거예요. 그걸 보고 잔뜩 겁을 먹었는데 귀농인의 집에 직접 살아보니까 이젠 완전히 동네 어르신들과 친해졌어요. 인사도 열심히 드리고 일도 돕고 하다보니 자연스레 마음을 열어주셨죠.”
귀농인의 집의 값싼 임대료와 위치적인 장점도 이들이 귀농귀촌에 도전하는 데에 큰 몫을 보탰다고 한다. 경기도의 경우 접근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지만 지방보다 땅값이 비싸 쉽게 귀농귀촌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15만원이면서 저희가 원래 살던 판교랑도 가까우니 저희한테는 너무 유익한 공간이었죠. 거리가 멀면 원래 살고있던 집에 아들을 보러 왔다갔다하기 버거웠을텐데 그런 의미에서 여주는 딱 알맞은 곳이었습니다.”
귀농인의 집 덕분에 여주에 정착하게 된 부부는 목공, 카페 일을 했던 경험을 살려 ‘여주쌀’과 연계한 콘텐츠를 구상 중이다. 이들은 이미 각종 행사에서 쌀로 만든 개성주악 등을 판매하거나 기업에서 주최하는 농촌체험활동을 기획하는 등 농촌을 활용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도 자신들의 경험을 살려 도시민들이 여주를 찾도록 하는 관광 콘텐츠를 만들어보겠다는 목표다.
“귀농인의 집에서 살면서 자유롭게 ‘농촌 로망’을 펼칠 수 있었다는게 가장 좋았습니다. 겨울 동안에는 일이 없으니 여주와 저희들의 귀농귀촌 스토리를 다듬어 관광콘텐츠를 본격적으로 만들어보려고 하고 있어요. 제가 농업인대학교를 이번주에 졸업하는데 거기서 배운 마케팅 기법도 활용해 열심히 홍보해보려고 합니다.”
/이영지기자 bbangz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