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7년생 송해부터 1997년생 차은우까지 생년 순 4부 구성

시작 노트는 작가의 공감과 격려… 부록에 영문번역시 5편도

장재선 시인 “힘든 시대 살아가는 이들에게 작은 위로되기를”

■ 별들의 위로┃장재선 지음. 도서출판 작가 펴냄. 126쪽. 1만2천원

장재선 시집 ‘별들의 위로’  /도서출판 작가 제공
장재선 시집 ‘별들의 위로’ /도서출판 작가 제공

“… 그날 밤 당신의 눈물을 만났다/ 친구를 잃은 당신이/ 괜찮아 보이는 것도 싫고/ 안 괜찮아 보이는 것도 싫다며/ 눈시울을 붉힐 때/ 내 눈도 뜨듯해졌다// 세상의 모든 햇살을 받는 당신이/ 빛을 잃은 이들을 잊지 않으려는 마음을/ 언제나 잃지 말기를 바라며…

- 장재선 시 ‘세상의 모든 햇살을 받는 당신이’ 중에서

배우 겸 가수 차은우에 대한 위로의 시어(詩語)다. 차 배우는 ‘얼굴 천재’라는 별명이 연기력보다 먼저 그를 수식해왔다. 하지만 올해 방영한 드라마 ‘원더풀 월드’에서 중층의 캐릭터를 보란 듯이 소화해냈다. 햇살만 가득할 것만 같은 그에게도 상처가 있다. 아이돌 그룹을 함께 했던 한 친구가 세상을 먼저 등졌다. 장재선 시인은 그에게서 상실의 아픔을 발견하고 따뜻하게 보듬는다.

“대중문화 스타들은 빛나는 존재일 뿐 만 아니라 동시대를 함께 걸어가는 동지이기도 합니다. ‘별들의 위로’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시대의 동행을 축복하는 시집입니다. 참으로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사람들이 이를 통해 작은 위로를 받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더불어 시문(詩文)을 사랑하는 마음을 일으켜서 우리네 일상을 보다 풍성하고 여유 있게 다스릴 수 있었으면 합니다.”

시인 장재선이 대중문화 스타 37인을 37편의 시로 엮은 시집 ‘별들의 위로’를 출간한 이유다.

시집은 1927년생 방송인 고(故) 송해부터 1997년생 배우 겸 가수 차은우까지 스타들의 삶을 담아냈다. 생년 순으로 4부로 나눠 구성했다. 책의 순서대로 각 시편을 읽으면 한국 현대 대중문화사의 흐름을 알 수 있다.

1부는 송해, 남궁원, 박근형, 김혜자, 윤여정, 김민기 등 한국 대중문화사의 큰 별을 이야기한다. 맨 처음에 나오는 송해를 다룬 시 ‘노래하는 마음 곁에서’는 서울시 지하철 승강장 스크린도어 시(제목: 전국노래자랑 송해)로 선정되기도 했다. 2부는 김창완을 시작으로 최수종, 박찬욱, 강수연, 김혜수 등 1950~1070년대 출생한 이들을 담았다. 3부는 그룹 god, 탕웨이, 전미도, 윤시윤 등이 주인공이다. 4부는 임윤아, 이세영, RM, 문가영, 차은우 등 현재 주목받는 스타들을 소개했다.

시인 장재선은 “대중문화 스타들은 빛나는 존재일 뿐 만 아니라 동시대를 함께 걸어가는 동지이기도 합니다. ‘별들의 위로’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시대의 동행을 축복하는 시집입니다”라고 ‘별들의 위로’를 설명했다. /사진작가 김구철 제공
시인 장재선은 “대중문화 스타들은 빛나는 존재일 뿐 만 아니라 동시대를 함께 걸어가는 동지이기도 합니다. ‘별들의 위로’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시대의 동행을 축복하는 시집입니다”라고 ‘별들의 위로’를 설명했다. /사진작가 김구철 제공

대중문화계를 꾸준히 취재해온 현역 기자이기도 한 시인은 “나는 이분들에게 빚을 크게 졌다. 일상의 나날에서 상실감, 우울증, 치욕감으로 휘청거릴 때 이들의 영화와 드라마, 노래에서 위로를 받았다”라고 고백한다.

이 책 ‘별들의 위로’는 2017년 나온 책 ‘시로 만난 별들’의 후속편 격이지만, 약간 다른 형식을 취한다. 시문에 중점을 뒀고, 시작(詩作) 노트는 작가의 의중과 작품을 이해하는데 더없이 친절하다. 또 시인은 부록으로 영문 번역 시 5편을 소개하는 섬세함을 발휘했다. 외국인들도 함께 공감하고 즐기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영문학자 겸 시인인 김구슬 교수가 옮겼고, 영화 ‘기생충’의 자막을 번역했던 달시 파켓이 감수했다.

/연주훈기자 raindrop@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