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요구 집회는 기존에 광장을 메웠던 촛불과 함께 다양한 색깔의 응원봉이 채웠다. 촛불이 없어 응원봉을 가져왔다는 시민들부터 아이돌 팬이라는 정체성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응원봉을 챙겨 온 경우도 있었다. 시민들은 야광봉에 ‘탄핵’이나 ‘윤석열 탄핵’ 등을 손수 적어놓기도 했다.
전북 군산에서 아침부터 올라왔다는 정세운(29)씨는 오른손에는 남자 아이돌 ‘블락비(Block B)’의 응원봉을 들고, 왼쪽 손목에는 ‘데이식스(DAY6)’의 팔찌를 차고 있었다. 그는 “어두워지면 불빛이 필요한데 마땅한 게 없어서 예전에 쓰던 걸 들고 나왔다”며 “탄핵에 성공하면 축제로 전환되니까 그때 흔들 예정이다”라고 했다.
‘인기가요 사전녹화’ 스티커가 붙은 엔시티(NCT) 응원봉을 들고 온 김서연(22)씨도 “발광력이 좋다”며 “따로 갖고 올 게 없어서 응원봉을 들고 나왔다”고 했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야광봉은 더 밝게 빛났다. 정족 의결수를 채우지 못하면서 탄핵소추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우원식 국회의장이 투표 종료를 보류한 뒤 국민의힘 김상욱 의원이 투표장으로 돌아오자 시민들은 국회 앞을 떠나지 않고 거리를 빛냈다.
블랙핑크의 오랜 팬이라는 양모(24)씨는 “아이돌은 정치적인 의견을 내보이지 않지만, 팬들은 서로 소통하면서 다양한 의견과 입장을 나눈다”며 “(야광봉을 통해) 팬덤은 정치적인 목소리도 내고 행동도 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횃불 모양의 야광봉을 들고 온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노연수(39)씨는 “촛불로는 대통령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기에 약해서 횃불 모양의 야광봉을 들고 나왔다”고 했고, 인천에서 온 이연수(17)씨도 “두 손으로 촛불을 들기 위해 집에 있는 눈삽을 이용해 횃불을 만들었다”고 했다.
/목은수·한규준·김지원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