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디지털성범죄예방센터 개소 3주년 포럼

 

플랫폼 삭제 요청·피해자에 도움

촬영물 유포 가해자 처벌엔 한계

노출 청소년·부모 ‘성교육’ 중요

인천디지털성범죄예방대응센터는 지난 6일 인천여성가족재단 성평등도서관에서 개소 3주년을 맞아 포럼 ‘딥페이크 시대의 디지털 성폭력:동행과 공감을 통한 원스톱 대응 방안 모색’을 개최했다. 2024.12.6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
인천디지털성범죄예방대응센터는 지난 6일 인천여성가족재단 성평등도서관에서 개소 3주년을 맞아 포럼 ‘딥페이크 시대의 디지털 성폭력:동행과 공감을 통한 원스톱 대응 방안 모색’을 개최했다. 2024.12.6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

“불법 성인사이트를 폐쇄해도 곧바로 같은 사이트가 생겨나요. 디지털 성범죄가 일어나는 공간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인천디지털성범죄예방대응센터 류혜진 팀장은 지난 6일 센터 개소 3주년을 맞아 열린 포럼에서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선 성인사이트에 대한 개입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인천 부평구에 있는 센터는 불법 촬영, 성적 촬영물 유포 등 디지털 성범죄에 노출된 피해자들을 돕고 있다. 촬영물이 업로드된 플랫폼에 삭제를 요청하고, 피해자에게 심리 상담과 법률 지원 등을 제공한다.

포럼에 참석한 이들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불법 성인사이트 폐쇄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영상물 삭제 요청을 이행할 의무가 있는 구글, 페이스북, 네이버 등과 달리 불법 성인사이트는 피해 촬영물 삭제 요청에 응하지 않는 상황이다. 이 사이트에 촬영물을 유포한 이를 처벌하기도 어렵다.

류 팀장은 “성인사이트는 피해 영상물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할 창구조차 없으며 요청해도 전혀 응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센터가 개소한 지 3년이 넘도록 성인사이트에 불법 촬영물을 유포한 가해자가 경찰에 검거돼 처벌받은 사례는 단 한 번뿐이었다. 그마저도 가해자가 자백해 가능했다”고 했다.

센터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성인사이트에 유포된 피해 촬영물을 차단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올해 9월30일까지 센터가 방심위에 차단을 요청한 611건 중 141건은 여전히 접속할 수 있는 상태라고 한다.

디지털 성범죄에 노출된 아동·청소년에 대한 올바른 성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센터가 지난 3년 동안 지원한 피해자 731명 중 아동·청소년은 37%(271명)나 된다. 센터가 SNS 등에서 온라인 그루밍(Grooming·길들이기) 성범죄 등에 노출된 아동·청소년을 발굴하고 있는 이유다.(7월24일자 6면 보도)

센터는 부모에게도 온라인 공간에서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에 익숙한 자녀들을 이해하고 디지털 성범죄에 노출된 자녀를 보듬고 지원할 수 있도록 성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센터에서 이 업무를 하는 윤호윤 대리는 “성범죄에 노출된 아동·청소년의 부모는 아이를 마구 다그치거나, 아이가 피해자라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피해 아동·청소년들도 부모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아서 스스로 증거를 인멸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들에게 건강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부모에게는 자녀가 성적 호기심을 탐구하는 것을 옆에서 도울 수 있도록 성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돕기 위한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장은 “지자체가 각종 사업을 맡길 플랫폼 기업을 선정할 때, 디지털 성범죄를 막기 위한 자체적 방안을 마련한 기업을 우선하는 정책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또 “2017년에 이미 디지털 성범죄물을 자동으로 필터링하는 기술이 개발됐다”며 “이를 센터나 피해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