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어르신·강화도 주민·대학생도 한 뜻

 

김건희특검법 표결뒤 국힘 나가자

여당 의원 이름 부르며 동참 촉구

보수단체 회원들 환호하며 반겨

전철역 가면서 자발적인 구호도

과거에 광장을 밝혔던 촛불 대신 다양한 색깔의 응원봉도 눈에 띄었다. 초등학생 아이와 함께 왔다는 권영준(53)씨는 “아이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치기 위해 가족 모두와 함께 나왔다. 반드시 탄핵돼야 한다”고 했다. 김인선(78)씨는 “군사독재 시절 계엄을 겪은 사람으로서 가슴이 떨려서 나왔다. 미래 세대에 밝은 미래를 물려줘야지 이런 대한민국을 물려줘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은 오후 3시부터 광장에서 “국민이 이긴다. 정의가 이긴다. 윤석열을 탄핵하라”고 외쳤다.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은 연대 발언을 통해 탄핵의 정당성을 설명했다. 이날 단상에 오른 강화도 주민 함경숙씨는 시민들에게 북한의 소음공격 피해를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정부가 방음창을 지원하고 심리 치료를 제공한다고 했지만 다 소용없는 조치”라며 “조용하게, 평화롭게 살고 싶다. (강화도) 주민들은 살기 위해 대통령 탄핵을 외치고 있다”고 했다.

7일 오후 서울 국회 앞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몰린 가운데 ‘윤석열 퇴진 범국민 촛불 대행진’ 집회가 열리고 있다. 2024.12.7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7일 오후 서울 국회 앞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몰린 가운데 ‘윤석열 퇴진 범국민 촛불 대행진’ 집회가 열리고 있다. 2024.12.7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윤석열 퇴진 대학생 시국대회’도 인근에서 열렸다. 전국에서 모인 학생들은 한목소리로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했다. 진다연(인하대 전기공학과 1)씨는 “다음 주가 당장 기말고사이지만 나라가 위기에 처해 있는데 공부가 의미가 있을까 고민하다 나왔다”며 “시민이 많이 모인 걸 보니 용기가 난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표결을 진행한 뒤 본회의장을 빠져나가자 여당 의원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표결 동참을 촉구했다. 그러나 끝내 탄핵소추안이 통과(성립)되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들의 표정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일부 시민은 분노하며 눈물까지 흘렸다.

이웅섭(57·화성시)씨는 “정말 개탄스럽다. 국민의 대표이자 각 지역구의 대표로 뽑힌 사람들인데 뭐가 두려워서 투표를 안 하느냐”며 “무책임하다. (국민의힘은) 정당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라고 분개했다.

분을 참지 못한 집회 참가자들은 국회 인근 국민의힘 당사 앞에 모여 정당 해체를 외치기도 했다. 문영춘(65)씨는 “정말 양심 없는 정당과 의원들이다. 몰락의 길로 가는 것”이라며 “계엄이 무슨 의미인지를 모르는 것인지, 너무 억울한 마음에 당사 앞으로 왔다”고 했다.

7일 오후 서울 국회 앞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몰린 가운데 ‘윤석열 퇴진 범국민 촛불 대행진’ 집회가 열리고 있다. 2024.12.7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7일 오후 서울 국회 앞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몰린 가운데 ‘윤석열 퇴진 범국민 촛불 대행진’ 집회가 열리고 있다. 2024.12.7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반면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 일대에 모인 보수단체 회원 등은 여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빠져나가자 환호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1시부터 태극기와 성조기, ‘이재명 구속하라’ ‘주사파 척결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줄곧 탄핵 반대를 외쳤다. 시민들이 반대 집회를 보고 언성을 높이거나 ‘탄핵’ 구호를 외쳤지만, 다행히 충돌로 이어지진 않았다.

보수단체 집회에 참석한 김기환(61)씨는 “당연히 부결돼야 했다”며 “윤 대통령 말처럼 국회 내에 종북세력이 많다고 생각한다. 이번 부결로 확실히 누가 반국가세력인지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영희(57)씨는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들을 겨냥해 “두 번의 탄핵은 안 된다. 배신자는 출당시켜야 한다”고 했다.

시민들은 오후 9시30분이 지나면서 속속 해산했다. 지하철역, 버스정류장 등으로 이동하면서도 ‘윤석열 탄핵’을 자발적으로 외쳤다. 박민애(34·경기 남양주)씨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것을 아이에게 알려주기 위해 나왔다”며 “오늘 탄핵이 되지 않더라도 계속 나와 싸우겠다”고 했다.

/특별취재팀

※특별취재팀=변민철·김지원·목은수·한규준·김태강기자(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