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정상화 할 때까지 최대 40조원의 유동성 공급
경제당국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기업과 금융시장 혼란이 가중되자 시장 안정을 위한 상황별 대응 조치를 실행하기로 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9일 오전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는 비상계엄 선포·해제로 촉발된 정세 불안에 따른 기업·금융·외환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당국은 우선 주식·채권·단기자금·외화자금시장이 정상화할 때까지 최대 40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은 국내 정치적 불안감을 반영해 일제히 연저점을 찍었다.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 무산과 탄핵 대치 정국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당분간 증시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지속될 것이라는 시장 관측이 우세하다.
금융당국은 주식시장 안정을 위해 단기적으로 밸류업 펀드에 300억원을 투입했고, 내주까지 1천억원을 추가 집행하기로 했다. 밸류업 펀드는 기업 가치를 올려 주주 환원 정책을 펼치는 정책으로 탄핵 정국에 증시가 급락하는 일명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같은 현상을 막을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내주 3천억원 규모의 2차 펀드가 추가 조성될 예정이다.
채권시장의 경우 필요시 국고채 긴급 조기상환(바이백)과 한은의 국고채 단순 매입 등을 즉시 시행하겠다는 게 당국 설명이다. 외환·외화 자금시장은 필요시 외화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으로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기로 했다.
정부는 국제 신용평가사, 국제금융기구, 해외투자자, 주요국 재무장관, 국제투자은행(IB) 등에 최 부총리 명의 서한을 발송해 현재 정치 상황과 경제와 연관성이 낮다는 점을 설명하기로 했다. 이 밖에 국제금융협력 대사를 국제기구, 주요국에 파견해 소통을 강화하고 대외 신인도 조정 등 우려 사항에 대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최 부총리 주재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컨트롤 타워로 한 경제금융상황 점검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금융·외환은 물론 소비·투자·수출·고용·물가 등 경기·민생 전반을 24시간 모니터링한다.
국내 외국인투자기업, 수출 기업에 미칠 부정적 여파를 최소화하고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찾는다. 산업과 외환·자본시장 선진화 등 중장기 구조개혁도 지속할 방침이다.
최 부총리는 “과거 사례를 볼 때 정치 등 비경제적 요인에 의한 경제 충격은 일시·제한적이었다”며 “과거 여러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해 온 저력이 있는 만큼, 국민과 기업들이 평소처럼 경제 활동을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