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편리함 속에서 고립되는 역설 경험
AI·공간 컴퓨팅, 인간한계 넘어 날개 제공
방향 결정, 결국 인간 의지·상상력에 달려
미래는 기다리는 것이 아닌 만들어가는 것
출근길, 차 안에서 AI가 만든 자작곡 ‘홀로된다는 것’이 흘러나온다. 좋아하는 장르를 분석해 탄생한 이 곡은 잔잔하면서도 묘한 위로를 준다. 적당한 슬픔과 희망이 공존하는 선율에는 고독 속에서도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듯, 차창 너머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문득 생각에 잠긴다. 고독이란 무엇일까?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더 편리한 삶을 누리지만, 그 편리함 속에서 오히려 고립된다는 역설을 경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AI는 우리를 더 많은 사람과 연결하려는 도구로 등장했지만, 한편으로는 혼자만의 세계에 머무르게 만드는 역설적 결과를 가져왔다. 기술이 우리의 고독을 치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오히려 고독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고 반영하는 기술은 점점 더 정교해지지만, 고독이라는 본질적인 정서는 기술로 완전히 해소될 수 있는 것일까? 기술의 발전이 인간과의 관계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방문했던 메타버스 플랫폼 전문기업 ‘칼리버스(CALIVERSE)’는 이러한 고민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했다. 칼리버스는 공간 컴퓨팅 기술을 통해 인간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확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였다. 단순히 가상 쇼룸에서 상품을 둘러보는 것을 넘어,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몰입감을 사용자에게 제공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다양한 시뮬레이션과 실시간 커스터마이징 기능은 사용자의 취향을 반영하며, 기술이 개인화된 경험을 얼마나 잘 구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단순한 기술 구현을 넘어 사용자의 창의성과 상호작용을 극대화하는 공간으로 설계되어 있었다. 이런 경험은 디지털 공간이 현실의 단순한 대체물이 아니라 창조와 소통, 상호작용의 장(場)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깨닫게 했다. 기술은 단순한 편리함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인간의 삶에 새로운 차원을 더하고 있었다.
공간 컴퓨팅은 물리적 현실의 한계를 뛰어넘어 인간 경험의 지평을 확장하는 기술이다. 원격 협업에서 맞춤형 학습, 몰입형 치료까지 다양한 가능성을 통해 인간의 삶을 혁신적으로 바꿀 수 있다. 예컨대, 교육에서는 전 세계 학생들이 하나로 연결된 디지털 학습 허브를 실현할 수 있게 되며, 학생들은 기존 학습방식에 갇히지 않고, 가상현실 속에서 고대 문명을 탐험하거나 우주를 여행하는 시대로, 이러한 학습 경험은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하며 교육의 의미를 재정의할 것이다.
의료 분야에서도 공간 컴퓨팅은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의료진과 환자는 물리적 거리를 초월해 가상 공간에서 진단과 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 특히, 재활 치료나 심리 치료와 같은 영역에서는 환자 맞춤형 몰입 환경을 제공하여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스마트 시티에서는 도시 전체가 AIoT로 연결되어 교통, 에너지, 안전을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으며, 개인화된 서비스와 지속 가능한 환경을 통해 시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될 것이다. 기술은 인간 삶의 가능성을 확장하면서 동시에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할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AI와 공간 컴퓨팅은 이렇듯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날개를 제공한다. 그러나 그 날개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의지와 상상력에 달려 있다. 기술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지만, 그 잠재력을 현실로 실현하는 것은 결국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기술은 단순한 도구일 뿐이며, 그것을 통해 어떤 세상을 만들어갈 것인가는 온전히 인간의 몫이다. AI가 만든 곡 ‘홀로된다는 것’을 듣던 순간, 질문을 떠올렸다. “우리는 왜 여전히 고독한가? 기술은 외로움을 치유할 수 있는가? 기술은 세상을 정말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는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묻는다. “기술이 만들어줄 미래 속에서 우리는 어떤 질문을 남길 것인가?”
“미래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기술의 가능성을 현실로 구현할지, 아니면 고독 속에서 멈춰 설지는 결국 우리의 선택과 상상력에 달려 있다.
/김형태 성균관대 산학협력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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