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中 등 한국 여행 주의 당부
여행사·호텔에 안전성 문의 빗발
크루즈도 타격 “회복세 찬물 부어”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회복세에 접어들던 국내 관광업계가 비상계엄·탄핵 정국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9일 관광업계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해제사태 이후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 일본, 중국, 캐나다, 필리핀, 뉴질랜드 등 세계 주요 국가에서 우리나라 여행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행사와 호텔 등으로 우리나라 여행 안전성에 대한 문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인천 관광업계 관계자는 “여행객 안전 확보에 관해 물어보는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며 “관광은 도시나 국가 이미지가 가장 중요한데, 우리나라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형성되면 장기적으로 한국 관광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어 걱정이 크다”고 했다.
이번 사태로 원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우리나라로 오는 관광객뿐 아니라 해외로 나가려는 사람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9일 기준 유로화·바트화(태국)는 2014년 12월, 달러는 2022년 10월, 엔화는 2023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태국 현지에선 원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한국 돈을 환전하지 않거나 받지 않는 등의 조치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한 여행사 관계자는 “올해는 엔저 영향으로 일본 관광객이 대부분을 차지했는데, 엔화마저 100엔당 950원을 넘어서게 됐다”며 “고(高) 환율 사태가 이어진다면 비용 부담 때문에 해외 여행객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해양 관광의 꽃’이라고 불리는 크루즈 승객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크루즈 상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여행사에도 한국 정세와 관련한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한다.
한국크루즈포럼 황진회 운영위원장은 “우리나라 크루즈 관광에 대한 심리적 위축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며 “올해부터 크루즈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는 상황에서 국가적 사태가 찬물을 끼얹고 있다. 하루빨리 사태가 안정돼야 내년도 크루즈 산업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정세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우리나라 관광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오지은 한세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안전에 부담을 느낀 많은 외국인이 한국 여행을 기피할 수 있다”면서 “적어도 올해 말까지는 이번 사태에 대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혼란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방한 관광객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