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나서 외국 못 떠나는 국민들

 

시국 불안… 망설이는 사례 늘어나

유로화·엔화 가치 상승 등도 영향

업계 “유의미 수치 아니지만 주시”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확장구역의 정식 운영이 시작된 3일 여행객들이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제2여객터미널이 기존의 2배 규모로 커지면서, 인천공항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연간 여객 5천만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터미널 2개를 보유한 공항으로 거듭났다. 2024.12.3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확장구역의 정식 운영이 시작된 3일 여행객들이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제2여객터미널이 기존의 2배 규모로 커지면서, 인천공항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연간 여객 5천만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터미널 2개를 보유한 공항으로 거듭났다. 2024.12.3 /연합뉴스

수원시 영통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33)씨는 이번 연말 예정된 유럽여행 계획을 취소했다. 지난 3일 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원화 대비 유로화 가치가 상승했고, 무엇보다 불안정한 국내 정치상황 속에서 마음 편히 여행을 즐기지 못할 것이란 두려움이 앞섰기 때문이다.

김씨는 “연말에 독일과 프랑스 여행을 계획하며 연차도 소진하지 않은 채 넉넉히 남겨두고 있었는데 (계엄 사태 이후) 안전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을지, 혹여 귀국을 못하는 상황까지 오진 않을지 걱정이 컸다”며 “환율 변동 추이를 지켜보고 여행을 언제 갈지 다시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시민들의 불안감이 증폭하는 가운데, 연말 해외여행 계획을 취소하거나 미뤄야 할지 망설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원화 가치가 달러·엔화보다 큰 폭으로 떨어진 것도 여행을 취소·고민하게 하는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전날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 한 주간 24.5원 뛰었다. 1달러당 원화는 지난달 29일 1천394원에서 최근 1천430원대로 오르며 1천400원대가 고착화하고 있다. 비교적 약세였던 엔화도 다소 올라 100엔당 950원선을 기록 중이다.

다음 주 중 일본 여행을 계획 중인 배모(36)씨는 “갑자기 많이 올라 엔화를 미리 환전해 놓을 걸 하는 아쉬움이 든다”며 “숙소 예약 등을 마친 상황이라 계획했던 여행은 가겠지만, 쇼핑과 같은 소비는 줄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 시국과 관련해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계엄 사태 후 해외여행을 취소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 수치가 유의미하게 감지되진 않고 있다”면서도 “언제까지 국내 불안정이 이어질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예약 증감률을 살피는 등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