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구 롯데백화점 앞 저녁 집회
“16살이 봐도 이번 사태는 정말 심각”
국힘 인천시당까지 행진…탄핵·해체 연호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성립 이후 인천에서 처음으로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다. 시민들은 집회 시작 1시간 전부터 거리를 가득 메우며 윤 대통령 탄핵을 외쳤다.
9일 오후 5시께 인천 미추홀구 롯데백화점 인천점 앞. 학교를 마친 10대 학생들이 백팩을 맨 채 하나둘 거리에 모이기 시작했다. 오후 6시30분에 시작하는 윤 대통령 탄핵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일찍 나온 학생들이었다.
이들은 ‘아이돌 응원봉’ ‘무드등’ 등 각자 개성을 살린 집회 도구를 손에 쥐고 있었다. ‘응원봉 집회 문화’가 10·20대 젊은 여성의 참여율을 높인다는 말도 들을 수 있었다.
최다희(16)양은 “아무것도 모를 나이인 제가 봐도 이번 계엄령 사태를 정말 심각하게 느낀다”며 “탄핵이 이뤄질 때까지 저는 계속 집회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퇴근 시간인 오후 6시가 지나면서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도로에 모이기 시작했다. 이날 집회는 5개 차로 중 3개 차로를 막고 이뤄졌는데, 6시께 도로는 집회 참여 인파로 가득찼다. 도로에 자리가 부족해 인도까지 시민들이 밀려나기도 했고, 일부 참여자는 도로 위 육교에서 집회에 동참했다. 자리를 잡고 앉은 시민들은 촛불, 응원봉, SSG랜더스 응원배트, 작은 랜턴 등 저마다 손에 쥔 물건은 달랐지만 모두가 한목소리로 대통령 퇴진 구호를 외쳤다.
자녀와 함께 나온 황모(57)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 때에 이어 10년이 채 지나기 전에 비슷한 일이 반복되니 너무 개탄스럽다”고 했다. 퇴근 후 아내와 함께 왔다는 이욱(44)씨는 “국민의힘이 차기 정권 때문에 망설이는 건 정말 어이없는 상황”이라면서 “국민의힘이 이번 주 탄핵안 표결에 참여해 빨리 이 상황을 끝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탄핵안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들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김은정(47)씨는 “우린 누굴 대통령으로 만들고자 촛불을 든 게 아니다”며 “국민의힘 사람들은 국민들이 촛불을 든 본질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오전부터는 X(엑스·옛 트위터)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집회에 참여한 분에게 보탬이 되고 싶어 OOO카페에 선결제를 해두었으니 OOO 이름을 이야기하고 음료를 가져가면 된다’는 글이 잇따라 게시됐다. 구월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송송이(34)씨는 “지난 주말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집회에 참여하지 못해 죄책감이 있었다”면서 “한 손님이 ‘집회에 참여한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며 음료와 빵을 선결제해, 나도 추가로 무료 음료 50잔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날 인천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문화공연 등 행사를 마무리한 뒤 롯데백화점 인천점에서 농산물시장사거리, 남동경찰서사거리를 거쳐 구월동 국민의힘 인천시당 앞까지 행진했다. 긴 행렬이 도로를 가득 채우며 걸었다.
국민의힘 인천시당 앞에 도착한 시민들은 불 꺼진 사무실을 바라보며 야유를 보냈다. 집회 차량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탄핵이 답이다” “국민의힘 해체 해”를 연호하며 수십분간 집회를 이어갔다.
국민의힘 인천시당 입구에는 ‘민주주의 죽기 전에 윤석열을 탄핵하라’ ‘계엄찬성 인천시장·투표불참 국회의원, 인천시민 창피해서 못살겠다’가 적힌 근조화환이 놓여 있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