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언론 비판에 사기만 떨어져

부당명령도 따라야해 전역 고민

“엄정 수사·처벌로 신뢰 회복뿐”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한 4일 새벽 군 병력이 국회에서 이동하고 있다. 2024.12.4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한 4일 새벽 군 병력이 국회에서 이동하고 있다. 2024.12.4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12·3 비상계엄 사태의 후폭풍이 군 내부에 강하게 불고 있다.

이번 계엄에 투입된 부대 장병들의 인터뷰가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되며 명분 없는 계엄에 동원됐다는 회의감이 군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취임 이후 줄곧 초급 간부 처우 개선을 강조해 온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사태로 오히려 군 장병의 사기를 바닥으로 떨어뜨렸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추후 초급 간부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9일 국방부에 따르면 윤 대통령 취임 후 병사 월급이 200만원 수준까지 인상되자 군 간부 지원율이 심각하게 떨어졌고, 이에 간부 급여와 단기복무장려금을 인상하는 등의 초급 간부 처우 개선 방안이 추진됐다. 그 결과 군 초급 장교의 70%를 차지하는 ROTC(학군사관후보생) 모집률은 지난해 1.6대 1에서 올해 2.1대 1로 소폭 상승했다.

조금씩 회복되던 군 초급 간부 수급률은 비상계엄 사태라는 큰 암초를 만났다. 명분 없는 비상계엄에 투입된 군 장병들은 국민과 언론으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됐고, 비상계엄에 투입된 일부 군 장병들은 언론을 통해 죄책감과 회의감 등을 표출하기도 했다.

군 내부에선 이번 사태로 인해 군 내부 사기 저하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ROTC 후보생 교관 출신인 현역 장교 A씨는 “군 조직 특성상 상관이 인사권을 쥐고 있어 부당한 명령임을 알면서도 따를 수밖에 없는 일이 발생하는데, 이러한 현실이 이번에 특히 두드러져 주변에 전역을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임관을 앞둔 간부 후보생이나 이제 막 임관한 초급 간부들도 동요하긴 마찬가지다. 내년 임관을 앞둔 한 장교 후보생은 “계엄령 선포 이후 군에 대해 부정적인 언론 보도를 많이 접하다 보니 주변 동기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져 보였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부 동기들은 심적으로 불안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었고 조직 내 긴장감도 높아졌다”고 토로했다.

도내 접경지에서 근무했던 육군 중위 출신 서모(26)씨는 “명령 준수와 임무 완수가 최우선인 군인에게 임무 수행의 대가가 ‘반란군’이라는 결과로 이어졌고, 군 복무가 명예로운 게 아닌 정치 권력에 이용당하는 것으로 인식됐을 것”이라며 “군 내부 인원의 이탈과 더불어 신규 인원 수급에 있어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재발 방지를 위해 강력한 처벌 등으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채 해병 사건 이후 해병대 지원율이 떨어졌듯이, 이번 사태로 인해 당연히 군 모집률이나 군 내부 사기가 떨어질 수 있다”며 “군이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스스로 이 사태에 가담한 이들을 엄정하게 수사해 처벌하는 것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태강기자 thin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