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저녁 인천 미추홀구 롯데백화점 앞 도로에서 열린 집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인천시민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날 열린 대규모 집회에 나온 시민들은 성별, 나이를 불문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외치며 마이크를 잡았다.
■ 인천대 재학생 장기훈(25)씨 “도저히 기말고사 공부만 할 순 없었다”

친구들과 기말고사 공부를 하다가 계엄령 선포 소식을 듣고 어리둥절했다. ‘우리가 꿈을 꾸고 있는 걸까’라고 이야기했다. 위반자를 영장 없이 체포한다는 포고령을 보고 지금 당장 어디론가 숨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내일부터라도 군과 경찰이 학교를 점령하는 것은 아닐까 공포스러웠다. 국민에게 공포감을 조성하고 처벌하겠다는 말을 서슴지 않는 윤석열은 도대체 어느 나라의 대통령인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25번의 법률안 거부권 행사로 입법 기능이 마비됐다. 윤 대통령은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며 임기 초부터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했고 지금까지도 심각한 혐오와 갈등의 정치가 이어지고 있다. 경제 위기까지 야기하며 청년들의 고용 불안까지 초래하고 있다.
책상 앞에 얌전히 앉아 공부만 할 순 없었다. 지난 5일 인천대학교 시국선언에 성명하며 하루빨리 내란 범죄자, 무능력한 독재자가 대통령직에서 내려오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우리는 모두 선배 시민들이 광주 민주항쟁을 통해 민주주의를 피로 일궈냈다는 역사적 사실을 알고 있다. 계엄은 그 자체로 한국사회 전 국민들의 트라우마인 동시에 잊을 수 없는 역사다.
우리는 1980년 가슴 아픈 계엄이 2024년 현재 되풀이된 것을 두 눈으로 지켜봤다. 기억해야 한다. 정의로운 사회는 시민들의 끊임없는 기억투쟁과 사회참여가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계엄 당일 국회 앞을 사수하며 군사 권력에 맞서 계엄 해제 표결을 이끌어낸 시민들의 용감함을 기억한다. 그리고 지난 주말, 영하의 추위를 이겨내며 국회대로를 가득 메운 촛불 행렬을 기억한다.
그럼에도 탄핵 부결을 이끈 국민의힘 105명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을 기억한다.
국민은, 시민은, 우리는 위대하다. 우리의 위대한 목소리와 촛불이 들불처럼 번져서 내란 속의 윤석열과 내란 동조세력, 국민의힘을 끌어내는 힘이 될 것이라 믿는다. 끝까지 연대하겠다.
■ 인천 동구에 사는 이희자(53)씨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파”

가족과 즐겁게 저녁을 먹으며 웃고 떠들 시간에 왜 평범한 인천시민들을 추운 날씨에 거리로 나서게 하느냐. 윤석열이 원망스럽다.
계엄령이 선포되던 날, 중학교 1학년 딸은 학교는 갈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저 연예인을 좋아하던 딸아이가 작은 입으로 ‘윤석열 퇴진’을 외치는 모습을 보면 화가 난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세금으로 해외 다닐 때, 우리는 온몸이 땀으로 뒤범벅될 만큼 일을 했다. 김건희 여사가 명품백을 들고 다닐 때 우린 3천원짜리 다이소 가방을 들고 다녔다.
어제 저는 국회 광장에 있었다. 아장아장 걷는 아기, 중앙대에 다닌다는 어린 여학생, 촛불을 들고 손을 맞잡고 온 노부부까지 정말 많은 시민이 함께했다. 20여일 남은 2024년. 남은 기간 윤석열 대통령 퇴진으로 우리 시민들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길 기원한다. 우리가 다시 평범하게 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시키는 것이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김세희(18)양 “미래세대를 위해 책임감 있는 투표를”

졸업을 앞두고 놀기만 해도 되는 이 시점에 정치에 대한 분노로 이 자리에 섰다. 저를 포함한 청소년들은 지난 대선 때 투표권도 없었는데 12월3일 역사책에서만 보던 계엄령을 눈앞에서 보게 됐다. 무섭고 떨렸고 불안했다. 비상계엄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저는 배웠기 때문이다.
인천의 배준영, 윤상현 국회의원을 포함한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에게 묻고 싶다. 그 자리에 있는 것이 부끄럽진 않은가.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피로 이뤄진 자유민주주의를 또 다시 훼손하지 말아 달라. 국민을 대변하겠다고 국회의원이 됐으면 자신의 책무를 끝까지 다해 달라.
또한 12월3일 계엄군의 행동을 똑똑히 봤다면 동덕여대를 포함한 모든 여대 학생들의 시위는 폭동이라고 칭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그들이 주장하는 권리에 대해 관심 갖고 힘이 돼 줘야 한다.
여러분 모두가 이번 사태 속에서 투표의 중요성을 깨달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는 소수자를 혐오하는 정책 등에 휘둘려 잘못된 투표를 해선 안 된다.
■인천여고 101회 졸업생 지하리(29)씨 “인천의 딸들을 지켜달라”

전국 최초로 고등학교에서 시국선언을 한 인천여자고등학교의 자랑스러운 졸업생이다. 학생들의 용감한 행보를 응원하지 못 할 망정 온라인 공간에서 학생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용기를 낸 어린 학생들에게 힘을 실어달라.
/정선아·유진주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