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군 주민 “집안 거의 안들려”
민통선 해안도로 소음 전혀없어
북한 소음공격에 시달리던 인천 강화군 접경지역 주민들이 최근 며칠 사이 그 소음 피해가 잦아들었다고 전했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를 전후한 시기 이뤄진 변화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9일 오전 10시, 강화군 송해면 당산리 마을회관에 나와 있던 5명의 노인은 하루도 빠짐없이 괴롭히던 북한의 소음이 며칠 전부터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방문을 닫은 상태에서는 들리지 않고 밤중에 화장실을 가려고 밖으로 나섰을 때나 작게 들릴 정도라고 했다. 그나마 들리는 소음도 곡소리 같은 괴음이 아니라 좀 점잖은 소리라고 덧붙였다.
12·3 계엄 사태 이후 1주일이 지난 이때까지 북한 측의 소음공격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당산리 주민들의 설명이다. 이는 계엄 사태와 관련해 우리 군이 극도의 긴장과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 당국이 우리 군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상황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산리 마을에서 태어나 여태 살고 있다는 박혜숙(75) 할머니는 “요새는 (북쪽에서 내는) 소리가 잘 안들려서 잠도 잘 자고, 좀 마음 편하게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30분, 당산리 마을회관에서 멀지 않은 민통선 해안도로에서도 북한 측에서 내보내는 소음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
계엄 사태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의 국지전 유도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느 때보다 높다. 북한의 남쪽을 향한 소음공격이나 오물풍선 부양, 이와 반대로 남쪽의 대북 전단지 살포 등 서로를 자극할 수 있는 어떠한 형태의 도발 행위도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북한의 오물풍선 부양은 올해 5월28일 시작됐다. 지난달 28~29일 부양 이후 합동참모본부가 오물풍선의 남측 상공 식별 사실을 밝힌 바 없다. 강화군에 따르면 지난달 3일 석모대교에서 쌀 페트병을 투척한 50대 남성이 입건된 이후 강화지역에서 민간인의 대북 전단지·쌀 살포 행위는 적발되지 않았다.
/정진오기자 schil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