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수사’ 중복·혼선 우려
檢, 김용현 긴급체포·軍 압수수색
경찰은 특수단 중심으로 독자노선
공수처 권한 발동에도 ‘시간 끌어’
이해관계 없는 ‘특검’ 도입 주장도
‘12·3 비상계엄 사태’를 두고 수사기관 간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모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불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앞세우며 각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이로 인해 중복 수사에 따른 혼선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표 참조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에 가장 먼저 나선 것은 검찰이다. 검찰은 지난 6일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박세현 서울고검장)를 구성하고 이틀만인 지난 8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긴급체포해 수사에 나섰다. 같은 날 검찰 특수본은 언론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내란과 직권남용 혐의로 입건돼 피의자 신분이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검찰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9일 오전 군검찰과 함께 국군방첩사령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찰은 수사권 조정 이후 내란죄에 대한 수사 권한이 경찰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검찰의 합동수사 제안을 거절하고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을 꾸려 독자적인 수사에 나서고 있다. 경찰은 지난 8일 김 전 장관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해 휴대전화와 PC 등 관련 증거를 확보했다.
이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고 소환통보를 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9일 우종수 경찰 국수본부장은 윤 대통령 수사 가능성에 “수사 대상에는 인적·물적 제한이 없다”며 “특수단을 중심으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관련법을 근거로 검·경에 수사 이첩 요청에 응할 것을 거듭 요구하고 있다. 지난 7일 이첩 요청권을 행사한 데 이어 9일 오전에도 이재승 공수처 차장은 브리핑을 통해 “공수처법 제24조에 따라 공수처는 수사의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춰 사건 이첩을 요청할 수 있고 해당 기관은 이에 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수처법 제24조 1항에는 공수처의 수사와 중복되는 다른 수사기관의 수사에 대해 처장이 공수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해 이첩을 요청하는 경우 해당 수사기관은 이에 응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공수처의 ‘이첩 요청권’ 발동에도 검·경은 모두 법률 검토를 하겠다며 시간을 벌고 있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수사 주체에 따른 혼선을 우려하며 특수검사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에는 윤 대통령의 관련자가 포진해 있고, 경찰은 강제수사권이 없고, 공수처는 수사 인력이 태부족”이라며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조직된 특검을 통해 수사하는 게 수사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얻을 수 있다. 그 전까지는 공수처와 국수본이 합동수사본부를 꾸려야 한다”고 했다.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