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역 ‘인천 민주화운동사 사진전’

한국 현대사 중심지에 섰던 ‘인천’

유신·독재 맞선 반세기 현장 담아

70대 시민 “비상계엄 선포 잘못”

10일 인천민주화운동센터가 세계인권선언의 날을 맞아 민주화운동사 사진전시회를 인천시청역에서 개최했다. 이날 전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인천의 민주화 관련 사진들을 보며 지나고 있다. 2024.12.10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10일 인천민주화운동센터가 세계인권선언의 날을 맞아 민주화운동사 사진전시회를 인천시청역에서 개최했다. 이날 전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인천의 민주화 관련 사진들을 보며 지나고 있다. 2024.12.10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참혹한 역사가 되풀이돼서는 안 됩니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잰걸음을 하던 시민들이 잠시 멈춰 섰다. 사진을 둘러보고는 “윤석열이 잘못했다”며 혀를 찬 시민도 있었다.

10일 인천도시철도 1호선 인천시청역 한쪽에 마련된 ‘인천 민주화운동사 사진 전시회’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눈은 남달랐다. 최근 ‘12·3 비상계엄 사태’를 겪은 시민들은 인천의 민주화운동사를 다시금 주목했다.

10일 인천민주화운동센터가 세계인권선언의 날을 맞아 민주화운동사 사진전시회를 인천시청역에서 개최했다. 이날 전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인천의 민주화 관련 사진들을 보며 지나고 있다. 2024.12.10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10일 인천민주화운동센터가 세계인권선언의 날을 맞아 민주화운동사 사진전시회를 인천시청역에서 개최했다. 이날 전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인천의 민주화 관련 사진들을 보며 지나고 있다. 2024.12.10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시민 강일선(72)씨는 “어릴 적 이런 역사에 직접 참여하지 못해 아쉬움이 컸지만, 언제나 시민들의 (민주화) 열의를 마음속으로 공감하고 있다”며 “이제는 나이가 들어 거리로 나가지는 못하는데, 이번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서는 자식과 주변에 ‘잘못됐다’는 말을 꼭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은 격랑의 한국 현대사에서 언제나 중심지였다. 국민의 기본권을 짓밟는 유신과 신군부독재에 맞서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항거했다.

1977년 8월 답동성당에서 2천여명의 신자가 참여한 가운데 ‘정의구현을 위한 기도회’가 열렸다. 인천 민주화운동의 대부인 고(故) 김병상 신부는 당시 ‘유신철폐’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탄압에 맞섰다.

1980년 5월에는 인하대 학생 3천여명이 ‘계엄령 철폐’를 외치며 거리로 나왔다. 교수 130여명은 ‘학생들의 민주화운동은 순수한 양심의 발로로, 이를 적극 지지한다’는 선언문을 발표하며 학생들과 함께했다.

10일 인천민주화운동센터가 세계인권선언의 날을 맞아 민주화운동사 사진전시회를 인천시청역에서 개최했다. 이날 전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인천의 민주화 관련 사진들을 보며 지나고 있다. 2024.12.10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10일 인천민주화운동센터가 세계인권선언의 날을 맞아 민주화운동사 사진전시회를 인천시청역에서 개최했다. 이날 전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인천의 민주화 관련 사진들을 보며 지나고 있다. 2024.12.10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1986년 5월에는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된 ‘인천 5·3항쟁’이 있었다. 전두환 군사정권에 반대하며 수많은 시민과 학생이 거리로 나왔다. 이들은 부평역 광장, 답동성당, 동인천역, 산곡동, 숭의동 등 인천 전 지역에서 호헌 철폐와 독재 타도를 외쳤다.

인천민주화운동센터가 마련한 이번 사진전에는 인천 민주화 역사의 현장이 모두 담겼다. 이곳을 둘러본 시민들은 반세기 동안 일궈낸 민주주의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로 또다시 위협받자 크게 분노했다. 전날(9일) 저녁에는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수많은 시민이 인천 미추홀구 롯데백화점 앞 도로에 나오기도 했다.

시민 유한희(66)씨는 “젊었을 때 민주화운동에 직접 참여했다. 그 현장은 이 사진들보다 더 참혹했다”면서 “21세기에 또다시 비상계엄을 선포하다니 정말로 화가 난다. 과거의 아픈 역사가 절대로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세계인권선언의 날(12월10일)을 기념한 이번 전시회는 12일까지 열린다. 민주화운동사뿐만 아니라 인천에서 벌어진 노동운동과 시민운동의 역사도 살펴볼 수 있다.

오경종 인천민주화운동센터장은 “시민이 감시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언제나 위협받을 수 있다”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함께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