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안 4조1천억 감액, 673조3천억

국회의장 “집행과 동시에 추경을”

10일 오후 서울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5년도 예산안이 통과되고 있다. 673.3조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에는 사상 처음으로 예산 감액 내용 등이 담겼다. 2024.12.10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10일 오후 서울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5년도 예산안이 통과되고 있다. 673.3조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에는 사상 처음으로 예산 감액 내용 등이 담겼다. 2024.12.10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던 정부·여당과 야당이 결국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서 사상 첫 ‘감액 예산안’이 10일 국회를 통과했다. 예산안 처리 법정 기한을 넘긴 지 8일 만이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전날(9일)에 이어 이날 오전까지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더불어민주당과 협의를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민주당에 따르면 기재부는 예결위에서 감액한 4조1천억원 중 2조1천억원을 복원해 달라고 민주당에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예비비 1조8천억원, 국고채 이자 상환 감액 5천억원 중 3천억원의 복원을 요구했다. 대신 민주당 핵심 정책인 지역화폐 예산 4천억원은 증액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감액 예산을 복원하려면 복원 규모에 맞게 민생 예산도 증액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이를 기재부가 수용하지 않았고 국민의힘도 동의하지 않으면서 협상은 최종 결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민주당은 추가 감액을 고려해 수정안도 준비했다. 다만 진 정책위의장은 “계엄·탄핵 정국으로 경제 위기가 가속화 되고 있고 국민 불안이 커지고 있어 추가 감액을 하지 않고 예결위 의결안을 그대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전했다.

결국 이날 본회의에서 헌정 사상 처음으로 감액안만 반영된 수정 예산안이 재석 278명 중 찬성 183명, 반대 94명, 기권 1명으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삭감된 예산안은 ▲예비비 2조4천억원 ▲국고채 이자 상황 509억원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의 특수활동비 82억5천100만원 ▲검찰 특정업무경비 506억9천100만원 ▲검찰 특활비 80억900만원 ▲감사원 특경비 45억원 ▲감사원 특활비 15억원 ▲용산공원 예산 352억원 등으로, 정부안에서 총 4조1천억원이 감액돼 내년 예산은 673조3천억원으로 처리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감액 예산안을 처리한 것은 매우 아쉽다. 무엇보다 국민께 송구하다”면서 “지금 발생한 문제는 국회와 정부가 충분한 상의를 거치지 않은 결과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 집행이 시작되는 즉시 추경 편성을 위한 준비에 착수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날 본회의에서는 고등학교 무상교육 경비 국비 지원 특례를 3년 연장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올라왔지만 상정 보류됐다. 고교 무상교육 재원의 47.5%를 정부가 편성하도록 한 특례 규정으로 이달 말 일몰 예정이다. 또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10%p 낮추고 과세표준을 조정하는 내용의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은 재석 281명 중 찬성 98명, 반대 180명, 기권 3명으로 부결됐다. 이는 민주당 당론에 따라 결정됐다.

/오수진기자 nur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