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 계엄·탄핵 질문에 ‘입 조심’

일부 학교 공유·발언 금지 지시도

전국교직원노조 조합원들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AI 디지털교과서 거부’ 교사 선언 기자회견에서 AI디지털교과서 도입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2024.12.10 /연합뉴스
전국교직원노조 조합원들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AI 디지털교과서 거부’ 교사 선언 기자회견에서 AI디지털교과서 도입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2024.12.10 /연합뉴스

“어린 제자들의 ‘계엄’ ‘탄핵’ 질문에 답하기 조심스러운 게 현실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성립 등에 대한 규탄 움직임이 거센 가운데, 공직사회에서도 시국을 걱정하며 ‘정치기본권’ 확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사 등 공직자들은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최근 탄핵 정국에서 새로 선출된 인천지역 주요 교원단체 지도부는 정치기본권 확대를 강화하는 활동에 주력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인천지부가 지난달 26~28일 실시한 제22대 지부장·사무처장 선거에서는 최지은(지부장·검단중)·이수진(사무처장·인천가원초 부설유치원) 후보가 당선됐다. 지난 4~6일 인천교사노조 제4대 위원장·수석부위원장 선거에선 김성경(위원장·해든초)·최연선(수석부위원장·먼우금초) 후보가 선출됐다.

내년 초 임기를 시작하는 두 교원단체의 새 지도부는 모두 교사의 정치기본권 확대 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일선 교사들은 “비상계엄이라는 교과서 속 낡은 단어를 현실로 마주한 학생들의 질문이 쏟아져도 정치기본권이 제한돼 있어 제대로 답할 수 없다”고 토로하는 상황이다.

전교조 인천지부 최지은 지부장 당선자는 “교사들의 정치기본권 확대를 꾸준히 주장해 왔으나,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교사들의 정치기본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체감했다”고 말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계엄령과 관련한 수업을 하기 위해 작성된 자료가 공유되는 것을 막고, 수업 시간에도 시국과 관련한 내용을 학생들에게 이야기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한다. 최 당선자는 “교사들은 정치기본권 제한으로 정부 정책과 관련한 발언을 하는 데에도 자기검열을 하게 된다”며 “이는 부실한 교육 정책을 만들어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인천교사노조 새 지도부는 임기 시작 전부터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며 정치기본권 확대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최연선 수석부위원장 당선자는 “학생들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교사들이 민주주의에 위협이 되는 비상계엄령이 선포되는 사태에도 정치기본권이 제한돼 있어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편 전교조는 10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증도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는 AI디지털교과서를 거부한다”며 윤석열 정부의 교육정책을 비판했다. 전교조는 앞서 11월 19일부터 지난 3일까지 AIDT 거부 선언에 함께할 교사를 모집해 동참한 교사 1만3천434명의 명단을 이날 공개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