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회를 통제한 혐의를 받는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이 11일 경찰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에 긴급체포된 가운데, 계엄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경력을 투입한 김준영 경기남부경찰청에 대해서도 결국 소환조사가 예고됐다.
특수단은 이날 오전 3시49분께 조지호 청장과 김봉식 청장을 내란 혐의로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각각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와 서대문 경찰청에서 조사를 받은 지 11시간, 10시간여 만에 긴급체포됐다. 경찰은 형법상 내란 혐의가 사형까지 가능한 중범죄인 점,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이들의 신병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스스로 수뇌부 신병 확보에 전격적으로 나선 데 이어 계엄 당시 과천, 수원 선관위 시설에 경력을 배치한 김준영 경기남부청장에 대한 소환조사를 이날 오후로 예고하면서 경기남부청 지휘부들에 대한 수사도 본격 진행될 예정이다.
경기남부청은 계엄 당시 과천 중앙선관위에 경찰관 110여명을, 수원 선거연수원에 경찰관 100여명을 각각 배치했다. 당시 중앙선관위에 투입된 과천경찰서 소속 일부 경찰관은 K-1 소총으로 무장했다. 이들은 소총에 실탄을 장착하진 않았으나, 별도로 실탄 300발을 담은 탄통도 준비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김준영 경기남부청장은 조지호 청장으로부터 “우발사태를 대비하는 게 맞겠다”는 지시를 받은 뒤 경기남부청 경비과장에게 두 시설에 대한 안전조치와 우발 대비를 지시했다. 경기남부청 관계자는 “계엄이 선포된 만큼 대테러 비상 상황에 준해 대응하라고 지시했던 것”이라면서도 “과천서 경찰 일부가 소총을 소지하고 출동했다는 사실은 남부청에서도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헌법기관인 선관위 시설에 경찰력이 투입된 만큼, 경기남부청 지휘라인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는 시간문제라는 목소리가 법조계에서 나온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회 질서가 극도로 마비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중요 헌법기관인 선관위에 어느 지휘계통으로 지시가 구체적으로 내려져셔 무장 경력이 투입됐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지휘부에서 사전에 몰랐다는 주장도 문제가 될 수 있고 법률에 따라 행정집행을 해야 하는 공무원이라면 불법성이 있는지 투입 이전에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고 했다. 이어 “경찰청, 서울청장이 체포돼 조사받는 것처럼 선관위 시설에 경력을 배치한 경기남부청도 수사 대상에 오르는 수순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특수단은 경찰의 선관위 경력 배치 과정에서 지휘계통 간 구체적으로 어떤 보고가 있었는지 파악하고 있다. 이를 위해 김준영 청장의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받아 이에 대한 포렌식을 진행하는 한편, 경기남부청의 당시 무전기록을 받아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단 관계자는 경기남부청 지휘부 소환조사 등과 관련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