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화학제품 세척 업무 맡아

‘독성 간질환’에도… 산재 불승인

 

‘1호 취업생’ 자부심으로 일했는데

사측 “업무 환경과 인과관계 없어”

반도체 후공장 회사에서 일하던 중 독성간질환 판정을 받은 김선우(가명)씨의 아버지가 아들의 산업재해 피해에 대한 인정과 정당한 보상을 촉구했다. 2024.12.11 /송윤지기자 ssong@kyeongin.com
반도체 후공장 회사에서 일하던 중 독성간질환 판정을 받은 김선우(가명)씨의 아버지가 아들의 산업재해 피해에 대한 인정과 정당한 보상을 촉구했다. 2024.12.11 /송윤지기자 ssong@kyeongin.com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19살 아들의 간이 녹아내렸습니다….”

김선우(가명)씨는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지난 2020년 10월 인천 모 반도체업체의 현장실습생 신분으로 입사했다. 그는 ‘칩 어태치(반도체 칩에 전자기판을 부착하는 작업)’ 공정에서 화학제품을 사용해 부품을 세척하는 업무를 맡았다.

입사한 지 1년째 되던 2021년 10월께 김씨는 구토와 졸림 등의 증상을 겪기 시작했다. 황달 증상까지 나타난 김씨는 그해 12월 독성간질환과 무형성 빈혈 판정을 받았다. 군대를 가기 위한 신체검사에서 ‘1급 현역’ 판정을 받은 지 불과 8개월 만이었다.

김씨는 2022년 9월 근로복지공단 경인지역본부에 산업재해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불승인’ 처분 통보를 받았다. 근로복지공단은 “작업환경에서 유해물질 법적 노출 기준을 넘지 않아 업무상 연관성을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씨와 가족들은 올해 8월부터 산재 불승인 처분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에 건강한노동세상, 반올림 등 시민단체와 김씨의 가족은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측은 산업재해를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사과와 정당한 보상을 하라”고 촉구했다.

김씨의 아버지는 이날 “건강했던 아들은 입사 후 간 이식까지 받으며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하는 상태가 됐다”며 “아들의 발병에 책임이 없다는 회사는 아들이 겪은 일이 모두 가짜라고 말하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날 시민단체는 “회사는 약품의 성분이 무엇인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지 않았다”며 “산재 신청에 필요한 자료 요청을 거부하거나, 재해자의 음주습관(일주일 1회, 하루 4잔)으로 간에 문제가 생겼다는 의견을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는 김씨가 간 독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화학물질 솔더 페이스트 등을 취급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사측은 김씨의 간 질환과 작업 환경은 무관하다는 근로복지공단의 조사가 나왔다며 시민단체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 반도체 업체는 입장문을 통해 “김씨의 간 질환이 업무 환경과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은 근로복지공단의 면밀한 역학조사로 밝혀졌다. 김씨가 접촉했던 세척 물질은 ‘물’이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며 “동일한 공정이 운영된 20여년간 김씨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질환이 발병된 전례도 없다”고 했다.

또 “당사는 매월 2시간씩 법정 교육과 MSDS(물질안전보건자료) 교육을 실시해 직원들이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며 “사실과 다른 보도로 인해 당사의 명예를 훼손하고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송윤지기자 ss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