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송년회를 하고 있던 지난 3일 밤. 소맥 여러 잔을 마셔 알딸딸한 상태로 지인들과 얘기를 나누던 순간 속보가 떴다. ‘윤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심야 긴급 담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제목이었다. 지금이 2024년이 맞나 싶을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취기로 뜨거웠던 머리가 순식간에 차게 식는 기분이었다.
열띤 대화가 오가던 자리도 찬물이 뿌려졌다. 다들 무엇부터 해야하나 고민에 빠졌다. 우선 자리를 정리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빠르게 해산하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 길, 단톡방에선 계엄사령부 포고령 등 급박하게 돌아가는 사태가 공유됐다. 코스피는 추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치솟는 ‘리먼의 악몽’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3일 오후 10시30분부터 야간에 이뤄지는 금융·외환시장이 요동쳤다. 야간 거래 중 원·달러 환율이 1천430원까지 뛰었다. 이튿날인 지난 4일 새벽 1시께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되고, 같은날 오전 4시30분께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해제를 선언했지만 급락한 원화 가치는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금융·외환시장이 단기간에 회복될 가능성은 적다. 지난 7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무산되면서 ‘탄핵 정국’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어서다. 실제 지난 9일 코스피는 장중 2천360.18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11월3일(2천351.83) 이후 1년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스닥지수 또한 627.01까지 밀렸다.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20년 4월 이후 4년7개월여 만에 코스닥 지수가 640선 아래로 내려갔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합계 시가총액은 1천933조원으로 지난 3일 대비 110조원 감소했다. 외국인뿐 아니라 ‘개미(개인투자자)’도 국내 주식을 팔아치웠다.
정치적 불안정이 계속되는 상황에 개미는 물론 국민들도 잠 못 드는 밤이 계속되고 있다. 조속한 탄핵 정국 마무리가 경제 불안, 국민 불안을 해소할 유일한 길이다.
/윤혜경 경제부 기자 hyegyu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