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 국제학교 유치·7호선 청라 연장 예산

‘송도 자금 빼다 쓰는 행위 막자’ 주민 주장

“‘송도에 우선 사용’ 하자는 건 한마디로 억지”

예산 투입하는 기준 오로지 사업 합리성뿐

강원모 前 인천시의원
강원모 前 인천시의원

예산에 꼬리표가 달렸다고? 인천시의원이 되어서 처음 듣는 표현이었다. 이해는 금방 되었다. 정부 예산에서 사용처가 정해져 있는 돈을 말하는 것이다. 이 돈은 정해진 목적 외에는 사용할 수가 없다. 반대로 지방교부세와 같은 경우는 지방정부가 임의로 사용할 수 있는, 즉 꼬리표 없는 예산이 되는 것이다.

돈의 출처인 출생표가 달린 예산도 있다. 대부분의 특별회계가 그렇다. 대표적인 예가 ‘수도권매립지주변지역환경개선특별회계’라 할 것이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징수하는 반입수수료의 50%를 추가로 징수해 조성된 자금이다. 인천시 계양구·서구, 경기도 김포시 양촌읍 등 수도권 매립지 주변지역에 쓰인다. 수도권매립지 운영 대가로 받는 돈을 예산으로 담아놓았으니 출생 딱지가 분명하게 붙여져 있는 셈이고 사용 목적도 한정되어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하 인천경제청) 예산은 인천시로 보면 특별회계이고 인천경체청으로만 보면 일반회계 즉, 꼬리표 없는 예산이다. 그런데 이 일반예산에까지 출생표를 붙이자고 주장하는 곳이 나타났다.

인천 송도 주민단체에서 ‘영종 국제학교 유치’와 ‘7호선 청라 연장’의 예산은 송도에서 나온 자금을 빼다 쓰는 행위라며 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송도에서 만들어진 돈이니만큼 송도에서 우선 사용하고 다른 곳에 새어나가는 걸 막아야 한다는데 과연 타당한 얘기일까?

우선 인천경제청 사업 예산의 대부분이 송도 토지 매각에서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 돈을 송도에 우선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한마디로 억지에 가깝다.

우선 출생표를 달고 싶어도 달 방법이 없다. 그런 법도 없거니와 일단 세금으로 징수되면 그 돈이 달나라에서 또는 별나라에서 왔는지 여부는 모두 지워져버리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많은 법인세를 내는 삼성전자는 매년 조 단위의 법인세를 내고 있지만 그렇다고 삼성전자 본사가 위치한 수원에만 이 돈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송도 토지매각 대금의 사용처가 같은 경제자유구역에 포함된 이상은 더더욱 반대의 명분이 없다. 예산을 투입하는 기준은 오로지 사업의 합리성에서만 따져볼 일이다. 더구나 예산에 출생표를 달아서 지역을 나누기 시작하면 같은 송도 안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송도 11공구 토지매각 대금은 11공구에만 사용해야 한다고 11공구 (입주예정)주민들이 주장하면 수용할 수 있는 일인가? 공동주택(아파트)을 예로 들어보자. 한 주민이 자기는 북쪽 출입문을 이용하지 않으니 자신이 내는 관리비에서 북쪽 경비원 월급을 지급 못하겠다면 그렇게 해줘야 할까? 1층에 살고 있으니 엘리베이터 요금을 내지 못하겠다는 주장 또한 심심치 않게 나오는 얘기이기도 하다.

송도 개발이 지지부진해 답답해하는 송도 주민들의 심정은 이해한다 해도 같은 경제자유구역인 청라, 영종의 개발까지 막아서면서 ‘송도 우선주의’를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적어도 경제자유구역 토지 매각 대금이 경제자유구역 안에서 집행되는 한, 송도 주민단체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고 지역 이기주의의 표상으로 비쳐질 것이 분명하다.

나는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주민단체에 대해서는 특별한 경계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그들의 주장은 간혹 너무 이기적이고 공공의 가치를 정면으로 위반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번 경우에는 법률적, 행정적,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주장을 담고 있기에 특히 더 그렇다고 생각한다. 또 이번 주장은 그리 영리한 선택도 아니다. 왜냐하면 그들 내부의 소수는 결집시킬 수 있을지 몰라도 인천 시민 전체를 등 돌리게 하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나는 송도 주민단체가 송도를 인천을 이끄는 선도 지역으로 성장시키고자 한다면 이런 이기적인 모습이 아니라 양보와 관용이 넘치는 문화적 자부심으로 나아가기를 희망한다.

/강원모 前 인천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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