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주택’ 인천도시公 재생사업 3호

근대건축 사료관으로 만들었으면

나아가 연구자들 모이는 거점되길

이 순간 타계서 건축 연구하고 있을

벗인 손장원 관장의 명복을 빈다

고(故) 손장원 인천시립박물관장. /전진삼 건축평론가 제공
고(故) 손장원 인천시립박물관장. /전진삼 건축평론가 제공
전진삼 건축평론가·‘와이드AR’ 발행인
전진삼 건축평론가·‘와이드AR’ 발행인

우연한 기회에 인천 송학동 ‘이음1977’ 옆집(이하 집주인의 성을 따라 ‘Y주택’으로 표기함)에 대한 ‘근대건축문화자산 재생사업 3호 아카이브 용역’ 보고서를 접하게 되었다. 인천도시공사가 이 집을 매입 후보지로 정하고 매입 전 해당 건축자산의 역사적, 건축적 의미를 조사하여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건축물을 실측하여 도면을 작성하는 것이 용역의 골자다.

지난달 말 세상을 떠난 손장원(1962~2024) 전 인천시립박물관장이 Y주택의 아카이브 용역 적임자 추천을 해야 하는데 마땅한 사람이 없겠냐고 물어왔을 때 건축 아카이브 전문가를 소개했었고 그 결과 완성된 아카이브 용역 보고서인지라 더욱 친밀하게 다가왔다.

충실하게 정리된 보고서를 넘기면서 인천 근대건축 연구의 손꼽는 학자로 자리를 지켰던 손 관장의 마지막 모습이 떠올라 가슴 한편이 먹먹해졌다. 박물관 밖에서 벌어지는 작은 사안일지언정 인천의 역사를 기록하는 작업에 아마추어리즘이 아닌 프로페셔널리즘의 개입이 필요하다며 연구 용역을 맡아줄 적임자를 수소문하여 천거한 그였기 때문이다.

Y주택은 김수근건축연구소 출신인 건축가 공일곤(87·향건축 대표)이 설계하였다. 대지의 앞과 뒤의 높이차가 약 14.3m가 되는 경사지를 이용해 지었으며 보기 드물게 중정형 평면을 품고 있다. 담장 하나로 이웃한 건축가 김수근의 원작을 리모델링한 ‘이음1977’(근대건축문화자산 재생사업 1호)과 1년 간격으로 설계하고 지어졌다. 이 둘은 주택 설계 방법에서도 크게 달라서 이후 공간 경험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인천이 개항장 시기 다수의 근대건축물을 보존하고 있고, 도시 공간 곳곳에 근대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장소가 많은 것은 주지하는 바다. 반면에 우리 근대건축의 사료를 한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없음은 아쉬운 현실이다.

또한 손 관장의 맥을 이어서 근대건축을 연구하는 후학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 세월 간혹 근대건축의 연구자가 등장하긴 했지만 저들 대부분은 서울의 대학으로 자리를 찾아 떠났다. 그것이 개인적 선택이니 뭐라 할 수 없는데 그렇다고 좋은 인재들의 서울행을 손 놓고 바라봐서는 안 되지 않을까.

금번 Y주택이 인천도시공사의 재생사업 3호로 계속 추진된다면 이 집에 담기는 콘텐츠는 통상 생각할 수 있는 복지형 문화 시설로 활용되기보다 ‘우리 근대건축 사료관’으로 만들면 좋을 것 같다. 현재 화도진도서관과 인천시립박물관 등이 보유한 인천의 근대건축 자료를 공유 또는 통합 관리하고, 국내 근대건축 학자와 연구자들이 보유한 자료를 매입 및 기증받아 근대건축 연구자들의 플랫폼으로 만들면 좋겠다.

나아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의 근대건축 연구 관련자들이 수시로 모이는 거점이 된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생산될 질 높은 근대건축의 콘텐츠들을 시민들에게 끊임없이 제공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 아니겠는가.

지금 이 순간 타계에서 인천의 근대건축을 연구하고 있을 벗 손장원 관장의 명복을 빈다.

/전진삼 건축평론가·‘와이드AR’ 발행인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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