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전망에 기부단체 걱정

고향사랑기부금 동반 하락 우려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로 국내 경기 침체가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기부의 손길이 줄어들까 관련 단체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11일 오후 수원역 버스환승센터에서 구세군 자원봉사자들이 기부 독려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2024.12.11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로 국내 경기 침체가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기부의 손길이 줄어들까 관련 단체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11일 오후 수원역 버스환승센터에서 구세군 자원봉사자들이 기부 독려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2024.12.11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기부가 줄어들까 걱정이네요.”

11일 오후 4시께 수원역 버스환승센터에서 만난 구세군 자선냄비 자원봉사자 안상란(62)씨는 12·3 비상계엄 이후 혼란스러운 상황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수원에서만 20년 넘게 구세군 자원봉사를 해온 안씨는 “비상계엄 이후 기부 감소가 체감되진 않지만, 불안한 상황이 지속되면 기부가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비상계엄 사태로 시작된 탄핵정국의 여파로 국내 경기 침체가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연말 기부 독려에 나서고 있는 기부단체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감소하다 점차 회복세에 들어선 기부 행렬이 ‘계엄’과 ‘탄핵’이란 악재를 만나 다시 위축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1일 오후 수원역버스환승센터에서 구세군 관계자들이 브라스 공연으로 기부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2024.12.11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11일 오후 수원역버스환승센터에서 구세군 관계자들이 브라스 공연으로 기부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2024.12.11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기부 경험이 있다’고 답한 사람의 비율은 2019년 25.6%에서 2021년 21.6%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23.7%로 소폭 상승했다. 회복 추세에 올해 기대가 컸던 기부단체들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지속되고 있는 탄핵정국이 연말 기부 행렬에 영향을 주진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실제 경기사랑의열매의 지난 1~11일 모금액은 약 3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 수준에 그쳤다. 다만, 경기사랑의열매 관계자는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정국 등이 영향을 미쳤는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고 설명했고, 한 기부업체 관계자는 “현 시국이 기부에 영향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현재까지 기부액을 지난해와 비교해보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전했다.

경기도는 경기 침체로 인해 고향사랑기부금이 감소할 것을 대비, 지난 4일부터 10만 원 이상 기부자 중 추첨을 통해 추가 기념품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계엄 사태 전부터 준비했던 이벤트”라면서도 “계엄 사태와 탄핵정국이 기부에 영향을 미쳤는지 판단하긴 아직 이르지만, 지난해 기부액의 70%가 연말에 집중됐던 만큼 다소 우려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미래 불확실한 상황이 장기화하면 소비가 위축돼 기부도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 연말 기부 행렬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취약 계층을 위한 기부가 이어질 수 있도록 정치권에서 기부를 독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강기자 thin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