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후 환율 1400원대 고착화 조짐

혼란 장기화 땐 1500원 돌파 전망도

리먼 브라더스 사태 등 빼면 ‘전무’

전문가 “상승 흐름 막기엔 역부족”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의 폐기로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30원대를 돌파한 9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 환전소에 원/달러 환율 등이 표시돼 있다. 2024.12.9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의 폐기로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30원대를 돌파한 9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 환전소에 원/달러 환율 등이 표시돼 있다. 2024.12.9 /연합뉴스

비상계엄 사태에 이은 탄핵 정국으로 인한 불확실한 정치상황이 경제의 발목을 잡으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탄핵 정국이 장기화될 경우, 원·달러 환율이 1천500원을 넘어설 가능성마저 나오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1일 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5.3원이 오른 1천432.2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하는 등 비상계엄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이 1천400원대에 고착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1천500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천500원을 돌파한 것은 IMF 외환위기, 리먼브라더스 사태 등 금융위기 시기를 제외하면 사실상 찾아보기 힘들다.

경제 전문가들은 환율이 오르면 물가 상승 압력이 거세지면서 경기 위축이 심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밀가루, 팜유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식품 업계의 경우, 환율 상승이 원가 부담으로 연결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수입식품현황을 보면 지난해 국내 수입 물량은 1천838만2천546t에 달한다. 금액은 348억2천572만달러 규모다. 수입 상위 품목은 원당, 주정원료, 식용유지원료 등 정제가공을 거쳐야만 식품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식품원료를 비롯해 밀, 옥수수, 대두, 바나나로 수입량이 851만t에 달했다. 전체의 46.4%에 해당하는 수치다.

환율 상승에 원재료 상승이 더해졌지만, 일단 식품업계는 당분간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원재료를 최대 6개월까지 비축해두는 만큼 일단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가 환율을 예의주시 중인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불확실한 만큼, 당장 환율 상승으로 가격 인상 계획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석유, 가스 등 수입에 의존하는 에너지를 중심으로 수입물가를 자극해 가격도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는 제조업체의 원가 부담 증가와 함께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 이날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지난 10일 기준 전일 대비 리터당 0.84원 상승한 1646.20원을, 경유는 전일보다 리터당 1.10원 오른 1천489.18원으로 집계됐다. 휘발유와 경유 판매가격 모두 비상계엄 사태 이후 7일 연속 하루도 빠짐없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이미 원·달러 환율은 1천430원을 상회하고 있고,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이 환율 상승 속도를 다소 완만하게 할 수는 있을지언정 환율 상승 흐름 자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