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곳곳 윤석열 대통령 퇴진… 흔적 지우기

 

인천 남동구·영종도 주민들 제작

전통시장·식당선 친필사인 떼어내

최대호 시장, 국정 목표 액자 제거

11일 오후 인천의 한 아파트에 ‘탄핵이 답’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2024.12.11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11일 오후 인천의 한 아파트에 ‘탄핵이 답’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2024.12.11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 한 아파트 입주민들이 ‘탄핵이 답’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베란다에 내걸어 눈길을 끈다.

11일 오후 인천 남동구 구월동 한 아파트 단지에는 곳곳에 이런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현수막은 매서운 겨울바람에도 날아가지 않게 단단히 고정됐다.

이 아파트 일부 입주민은 지난 주말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퇴진 집회를 본 후 오픈채팅방에서 현수막을 내걸자는 논의를 시작했다. 육아나 생업 등으로 인해 거리로 나서지는 못하지만, “우리도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동참을 이끌어내고 싶었다고 한다. 이들은 베란다에 걸어도 괜찮을 정도의 작은 현수막에 명확한 의지를 담고자 했다. 여러 논의 끝에 문구를 ‘탄핵이 답’으로 정하고 제작에 들어갔다.

11일 오후 인천의 한 아파트에 ‘탄핵이답’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설치되어있다. 2024.12.11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11일 오후 인천의 한 아파트에 ‘탄핵이답’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설치되어있다. 2024.12.11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현수막 제작업체가 지난 10일 배송한 현수막 100장 중 벌써 70장이 동났다. 이 아파트 입주민뿐만 아니라 인근 아파트에서도 동참하고 싶다며 현수막을 가져갔다고 한다.

처음 현수막 제작을 제안한 입주민 이모(51)씨는 “제작에 모두 내 사비를 썼는데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며 “정치 성향을 떠나 부모 입장에서 고민이 많아 직접 나섰는데, 주민들도 힘을 보태줬다”고 말했다.

인천 영종국제도시에서도 맘카페 회원들이 나서 대통령 퇴진 현수막을 제작해 거리에 내걸었다.

이 카페에는 지난 8일 ‘탄핵 현수막 제작 참여자 톡방으로 모여주세요’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지역 주민들이 한목소리로 내란수괴 윤석열과 핵심자들, 국민의힘 105적 등에 대해 소리를 내준다면 국가와 내 삶이 빨리 안정화되리라 확신한다”고 썼다.

회원들은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10일부터 영종국제도시 곳곳에 ‘윤석열 탄핵! 투표 거부는 내란동조죄’라고 적힌 현수막을 걸었다. 또 앞서 7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불참한 배준영(국·인천 중구강화군옹진군) 의원을 겨냥한 ‘국민의 뜻은 탄핵, 배준영은 응답하라’는 내용의 현수막도 게시했다.

전통시장이나 식당에서는 윤 대통령 흔적 지우기가 한창이다.

경기 의정부시 한 부대찌개 식당에서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 대통령 친필 사인이 담긴 액자가 사라졌다. 이 식당은 윤 대통령이 올해 초 주민들과 부대찌개를 함께 먹었던 곳이다. 식당 종업원은 “지금 상황에서 큰일 날 일 있느냐”며 “사장이 계엄 다음 날 바로 떼어버렸다”고 말했다.

최대호 안양시장이 집무실 내 국정운영 목표 액자를 철거했다고 밝혔다. /최대호 안양시장 페이스북 캡처
최대호 안양시장이 집무실 내 국정운영 목표 액자를 철거했다고 밝혔다. /최대호 안양시장 페이스북 캡처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대호 안양시장은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정운영 목표 액자 철거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최 시장은 “윤석열 정부는 국정운영의 정당성과 권위를 상실했으며, 국민을 대표하는 통치 권한이 더 이상 없다”며 “정부의 국정 목표를 상징하는 액자 역시 국민의 뜻과 동떨어져 있다. 액자를 철거하는 것은 헌법적 가치를 지키기 위한 국민적 저항의 상징적 행동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형욱·변민철기자 u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