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네 번째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며 비상계엄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이를 이해하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담화를 통해 “지금 대한민국은 거대 야당의 의회 독재와 폭거로 국정이 마비되고 사회 질서가 교란되어, 행정과 사법의 정상적인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윤 대통령은 “최근 거대 야당 민주당이 자신들의 비리를 수사하고 감사하는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사들, 헌법기관인 감사원장을 탄핵하겠다고 하였을 때, 저는 이제 더 이상은 그냥 지켜볼 수만 없다고 판단했다”며 “뭐라도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이제 곧 사법부에도 탄핵의 칼을 들이댈 것이 분명했다. 저는 비상계엄령 발동을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종료 후 수원 전통시장의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시장 곳곳에는 라디오와 TV,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틀어놓고 걱정스러운 눈으로 지켜보는 상인들이 있었다. 못골시장에서 방앗간을 운영하는 조정례(62)씨는 연말연시 대목임에도 주문량이 줄었다고 한탄했다. 조 씨는 “시국이 불안정하니 송년회도 취소돼 식당에서 사겠다던 고춧가루 등 재료를 속속 취소하고 있다”며 “이번 담화엔 민생 안정에 대한 대책을 조금이라도 얘기할 줄 알았는데 다 틀린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남문시장에서 가방가게를 운영하는 최희송(58)씨는 초등학교 6학년 때 겪은 계엄사태를 떠올리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최씨는 “계엄이 얼마나 무서운 상황인지 몸소 겪어본 입장에서 어쩔 수 없었다는 대통령의 담화는 공감하기 어려웠다”며 “국민에 대한 사과의 목적보다는 이후 벌어질 탄핵 심판을 준비하는 전략적인 행동 같았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께 수원시 권선구의 수원버스터미널. 승객들은 버스 시간을 기다리며 전광판에서 실시간으로 나오는 윤 대통령 담화 관련 뉴스를 보고 있었다.
수원에 사는 딸을 만나고 충북 제천으로 내려가는 길이라는 시민 최모(71)씨는 “어이없고 할 말이 없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사리 분별을 못 한다”며 “계엄 선포를 소명한 게 아니라 변명했다. 왜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느냐고 떼 부리는 아이 같았다”고 했다.
6년차 시외버스 기사 이모(58)씨는 “계엄선포가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이었다는 걸 강조하면서 자기합리화를 하는 느낌이었다”며 “정작 윤 대통령한테 지시를 받았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는데, 그것에 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 등 회피하는 모습이었다”고 했다.
터미널 인근에서 만난 10년차 택시기사 조원형(63)씨는 “만약 담화 내용이 사실이었으면 국민들에게 호응받을 수 있는 설명을 했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수긍을 하든 말든 할 텐데 전혀 없었다”며 “지금 와서 이유를 말하는 건 자기변명밖에 안 되는데 어리석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날 수원역에서 만난 시민들은 세대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였다.
원모(80)씨는 “계엄을 선포했을 때 박수를 쳤다”며 “검사, 감사원장 등 국가 수장을 연이어 탄핵하고 예산을 전부 삭감하면 국정을 운영하는 대통령 입장에서는 국가 비상사태라고 느껴졌을 것”이라고 윤 대통령을 옹호했다.
반면 젊은 세대는 계엄 선포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20대인 이모씨는 “대통령이 계엄 선포 이유로 예산 삭감 등을 언급했는데 말이 되지 않는 소리”며 “평소 잦은 해외 순방 등에 사용된 세금은 낭비에 가깝다고 느껴졌다. 그럴듯한 이유를 댔지만, 국민을 설득하긴 부족하다”고 말했다. 다만 “탄핵에는 찬성하지만, 정치인을 신뢰하기 어려워 특정 정당의 집권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지원·목은수·마주영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