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사이트, 취향따라 언론사 선택

SNS 팔로우·차단 ‘분노 댓글’ 전쟁도

요즘 AI, 요청 안해도 알아서 추천

뇌는 새 정보와 비교·융합 필요한데

닫힌 세계 맴돈다면 구태속 남게돼

이원석 시인
이원석 시인

지금은 대중들의 흥미가 좀 가라앉았지만 MBTI가 대화소재로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별자리든 혈액형이든 그닥 믿는 성격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즐기는 것을 굳이 꺼리는 성격도 아니어서 누가 물어보면 나도 MBTI가 이러이러하다고 말이나 할 겸 긴 테스트지를 통과하여 INFP라는 결과를 얻어두었다. 친구들과 만나면 MBTI를 서로 물어보는 것이 대화의 통과의례였고, 재미있었던 것은 내 주변 사람들 대부분은 INFP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시에는 한국인들은 INFP가 많은가보다 하고 생각했다. INFP는 내향적이고 직관적이고 감정적인 성격을 말한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한국인들 중에 INFP는 매우 적은 부류에 속한다는 것이다. 주변에 문학을 좋아하고 시 쓰는 친구들이 많다 보니 사람들은 대부분 INFP라고 생각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 걸 근묵자흑이라고 할까 유유상종이라고 할까 초록이 동색이요 가재가 게 편이라고 할까. 어찌되었건 주변환경이 편향된 생각을 갖게 하는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 편향성을 강화하는 것이 뉴스와 SNS 편집이다. 대부분의 포털사이트의 뉴스는 언론사 편집이 가능하다. 처음 설정을 할 때 내 정치적 취향에 맞는 언론사들만을 선택하여 기본틀을 꾸려놓으면 포털에 들어가 인터넷 기사를 읽을 때 내가 선택한 언론사의 기사들만 화면에 뜨게 되어있다. 내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울화통이 터지게 만드는 기사를 보지 않아도 되는 정서적 쾌적함을 누릴 수 있다. 이건 유구한 전통이어서 우리의 아버지 세대에도 있었던 일이다. 그 때는 모두가 종이신문을 보던 때였는데 무슨 신문을 보는지에 따라 그 사람의 정치적 성향을 알 수 있었다. OO일보를 읽으면 보수고 OOO신문을 읽으면 진보인가보다 했다. 그래서 우리의 아버지들이 신문처럼 정치 성향에 따라 기사를 골라볼 수 없는 TV뉴스를 볼 때면 밥상머리를 탕탕 두드리며 화를 내셨던 것일까.

SNS는 팔로우와 차단으로 편집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 내 성향에 맞는 이야기, 내 생각과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팔로우하고 내 생각과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거나 정치적 성향이 안 맞거나 지지하는 정당의 성향이 너무 극심하게 다르면 차단한다. 힘겨운 직장생활에 시달리다가 잠시 세상 사는 이야기나 들으며 머리를 식히러 SNS에 들어왔다가 열불 나는 이야기를 만나서 분노의 댓글 대댓글 전쟁을 하게 되는 일은 피해야 한다. 내 생각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주는 정보를 통해 강화되고 비슷한 정치 성향의 기사와 칼럼을 통해 확신으로 바뀐다. 게다가 요즘은 AI가 요청을 안 해도 알아서 편집을 해준다. 동영상을 볼 때 어떤 키워드를 자주 검색하면 알아서 그런 종류의 영상들을 추천해준다. 추천해주니 보게 되고 보게 되니 또 추천해주고 반복되며 강화된다.

우리의 뇌가 새로운 정보를 접하며 기존의 정보와 비교, 분석, 융합하여 보다 새롭고 나아지는 결과를 도출해야 하는데 새로운 정보는 차단되고 기존의 정보와 유사한 정보만을 받아들이며 닫힌 세계에서 인식의 맴돌기에 빠져 있다보면 세계는 훌쩍 흘러가버리고 홀로 과거의 구태 속에 남겨지게 된다. 그러니 우리는 늘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고 누구와 함께 살아가는지 살펴야 하겠다. 듣기 좋은 소리만이 아니라 싫은 소리 반대 소리도 들어가며 대화하고 소통하며 살아야겠다. 확신하고 고집부리고 종주먹을 치켜세우지 말고 스스로를 성찰하고 돌아볼 줄도 알아야겠다.

학벌 자랑은 해도 직언은 못하는 간신들과 부정선거 망상에 사로잡힌 극우 유튜버들, 혹세무민하는 도사들과 이등병만큼도 애국심이 없는 계엄 쿠데타 똥별들, 여론조작을 업으로 삼는 사기꾼, 박절하지 못한 처에 둘러싸여 21세기 대명천지 민주주의 공화국 시대에 비상계엄을 하겠다는 저 무지몽매한 벌거숭이 대통령처럼 되지 않으려면.

/이원석 시인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