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퇴진 집회 참가자 조롱·폭행
“딥페이크·인터넷 따돌림 걱정”
마스크·모자 등 착용 노출 피해

“내 얼굴 사진이 온라인 공간에 떠돌고 범죄에 이용될까 봐 무서워요.”
지난 9일 인천 미추홀구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에서 만난 장모(16)양은 마스크를 쓴 이유를 묻자 이같이 답했다. 그는 말할 때마다 안경에 김이 서려 불편해 하면서도 “뉴스나 유튜브에 노출된 내 얼굴을 누군가 이상한 사진과 합성하거나 신상 정보를 캐낼지 몰라 절대로 마스크를 벗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마스크는 물론 모자까지 눌러쓰고 집회에 참가한 정모(29·여)씨도 “많은 여성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딥페이크(Deep fake·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인간 이미지 합성 기술)를 이용한 성범죄 피해자가 되는 상황에서 뉴스나 SNS에 얼굴이 퍼져 피해를 볼까 봐 걱정한다”며 “시민으로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집회에 나서는 것인데 범죄에 노출될 걱정까지 해야 한다니 화가 난다”고 했다.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공간인 ‘광장’에서도 여성에 대한 차별과 멸시, 편견 등을 의미하는 ‘여성혐오’가 버젓이 고개를 들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인터넷 집단 따돌림), 개인정보 온라인 유출 스토킹 등의 위협이 여성들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를 위축시키고 있다.
이날 집회 현장 인근 인도와 육교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반대한다는 젊은 남성이 “여기 있는 사람들 다 박제해야 한다”며 휴대폰 카메라로 참가자들의 얼굴을 촬영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여성혐오는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는다. 인천 고교 최초로 시국선언에 나선 인천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이 인근 학교 남학생에게 조롱 등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인천시교육청은 가해 학생 등을 상대로 조사에 나섰다.(12월10일 인터넷 보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성명을 발표해 “광장에서조차 구조적 성폭력을 마주한 인천여고 학생들에게 깊은 위로를 보낸다”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나선 학생들을 지지하고 이들을 위협하는 모든 시도에 맞서 싸우겠다”고 했다.
울산에서는 촛불집회 참여를 독려하는 전단지를 배포하던 여성 2명이 10대 남성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은 “뿌리 뽑지 못한 여성혐오 범죄들이 결국 시민의 정치적 자유를 침해하고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