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 부리는 아이 같아”… 탄핵 찬성 돌아서
“사과 목적보다 탄핵 준비 전략적 행동”
중앙선관위, 대선 당선 시스템 자기부정
비상계엄 사태 이후 네 번째 이뤄진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반전의 기회는 커녕 민심을 더 싸늘하게 만들었다.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이유중 하나로 선거시스템을 지목한 데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마저 ‘대통령의 자기부정’이라고 반박하는 등 오히려 ‘자승자박’을 초래한 결과를 낳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2일 오전 수원 못골시장 상인 대다수는 라디오와 TV, 스마트폰 등을 통해 윤 대통령의 담화를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30분간 이어진 담화가 끝나자 분위기는 어수선해졌다. 상인 최희송(58)씨는 “계엄이 얼마나 무서운 상황인지 몸소 겪어본 입장에서 어쩔 수 없었다는 대통령의 말은 공감하기 어려웠다”며 “국민에 대한 사과 목적보다는 이후 벌어질 탄핵 심판을 준비하는 전략적인 행동 같았다”고 꼬집었다.
수원버스터미널에서 TV 전광판을 통해 담화를 지켜본 시민들도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시민 최모(71)씨는 “계엄 선포를 소명한 게 아니라 변명을 했다. 왜 내 말을 들어주지 않냐고 떼를 부리는 아이 같았다”고 했으며, 시외버스 기사 이모(58)씨는 “자기합리화를 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담화를 보고 탄핵 반대에서 찬성으로 돌아섰다는 시민도 있었다. 주부 권현주(53)씨는 “(정부·여당)본인들이 하려던 일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해 ‘질서있는 퇴진’ 같은 그들만의 입장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윤 대통령 담화 이후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서로 싸우는 모습을 보니 탄핵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이날 X(엑스·옛 트위터)의 ‘실시간 트렌드’에는 ‘극우유튜버’, ‘피해망상’ 등의 키워드가 상위에 올랐다.
한편, 중앙선관위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의 이유로 선관위 전산시스템 점검을 거론한 것과 관련, 담화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부정선거에 대한 강한 의심으로 인한 의혹 제기는 자신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선거관리시스템에 대한 자기부정과 다름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번 담화를 통해 헌법과 법률에 근거 없는 계엄군의 선관위 청사 무단 점거와 전산 서버 탈취 시도가 위헌·위법한 행위임이 명백하게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특별취재팀
※특별취재팀=김지원·목은수·마주영(사회부), 이영지·이영선(정치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