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시에 있는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 애니과 배효재(2학년)양은 지난 6일 네이버 학교 공식 카페에 게시글을 하나 올렸다. 이 게시글은 “5월 광주와 4월 제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안다면 계엄 선포는 하면 안 됐다”며 교내 시국선언에 동참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지난 11일 마감한 모집 신청서에는 재학생 96명(전체 291명)이 참가 의사를 밝혔다. 전교생 3분의 1명가량이 교내에서 시국선언을 열게 된 셈이다.
배양은 “공개된 장소에서 생각을 말한다는 게 긴장되기도 했지만, 하루빨리 민주주의가 있는 나라에서 살고 싶어 게시글을 올리게 됐다”며 “먼저 목소리를 내줘서 고맙다는 응원의 말도 듣고 있어 (시국선언) 개최까지 달려가보려고 한다”고 했다.
서울과 인천지역에서 청소년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기지역 학교에서도 시국선언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들은 청소년을 시혜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딛고 현재를 사는 동료 시민으로서 목소리를 낸다고 강조한다.
배양은 “애니메이션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어 애니과에 진학했는데, 포고령에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내용이 담겼다”며 “청소년보다 예술인으로 목소리를 내고 싶고, 시국선언문에도 이러한 내용이 담길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인천지역의 인천여고와 인천 성리중 학생들도 현재 정치 상황에 목소리를 냈다. 인천여고 학생회장단은 지난 8일 시국선언문을 발표했고, 인천 성리중 회장단도 “오는 14일 2차 탄핵안 표결에 떳떳한 선택을 하라”는 내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한 뒤 12일 인천 남동구 만국광장에서 시국선언문을 낭독했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청소년 시국선언에도 경기·인천지역 청소년 2만1천932명을 포함해 5만명에 달하는 청소년들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