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담화 ‘선동 논란’

 

자의적 법해석·분열 조장 등 비판

작가·교수 등 역대 최악 담화 전망

9일 오후 서울 국회 인근에서 시민들이 모여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며 촛불집회를 하고 있다. 2024.12.9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9일 오후 서울 국회 인근에서 시민들이 모여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며 촛불집회를 하고 있다. 2024.12.9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오전 9시42분부터 방송된 ‘대국민 담화’에서 야당은 물론 촛불집회에 나선 시민들까지 싸잡아 ‘반헌법 세력’으로 맹비난했다. 비상계엄에 반대하는 국민 다수 여론을 깔아뭉개고 소수 지지자들의 결집을 시도하며 양측의 갈등·분란을 조장한, 역대 최악의 대통령 담화로 기록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사전녹화된 약 29분간의 담화에서 자신의 반대편에 서 있는 세력의 행보를 ‘광란의 칼춤’이란 말로 매도했다. 광란의 칼춤이란 표현은 두 차례 나왔다. 담화 도입부에서는 자신을 내란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야당을 상대로 썼다. 담화를 마무리하기 전 “여기저기서 광란의 칼춤을 추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는데, 촛불집회에 나선 시민을 대상으로 쓴 표현으로 보인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연설비서관을 지낸 강원국 작가는 윤 대통령 담화를 두고 “속으로는 호불호가 있을 수 있지만, 어떤 경우에도 대통령의 언어의 수신자는 전 국민이어야 한다”며 “대통령은 통합을 지향해야 하는데, 윤 대통령은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는 점을 이제 명확히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강 작가는 또 “국민 일부이든 다수이든 상관없이 윤 대통령은 자신에게 반대하는 세력을 ‘반국가 세력’ ‘국가 전복 세력’으로 지목했다”며 “소수의 지지자들에게 ‘자기 구조 요청’을 하며 ‘같이 한 번 싸워보자’고 선동하고 부추기는 것이 무척 위험해 보인다”고 우려했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윤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집행했다는 것을 스스로 고백했다”고 이날 담화를 총평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명분 중 하나로 ‘위헌적 특검’을 내세웠다. 하지만 국민 의혹이 있는 사안에 대해 국회는 법률 테두리 안에서 특검을 추진할 수 있고, 당연히 대통령도 거부권(재의 요구권) 행사도 가능했다. 윤 대통령은 공직자 탄핵도 문제삼았지만 모두 법에 의해서 진행된 거고 탄핵 대상이 아닌 사람이 탄핵된 적도 없다.

윤 대통령이 국방부 장관을 통해 선관위 전산시스템 점검을 지시했다고 한 발언에 대해 김 교수는 “반헌법적 사고방식이고 말도 안 되는 얘기”로 일축하고 “국가가 전 세계적으로 웃음거리가 됐고 위기에 빠졌는데 대통령 판단이 너무 잘못돼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김명래기자 problema@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