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향한 한국인들의 열정에 다시금 감탄”
얀나이툰 특사 “투쟁경험 있기에”
계엄 해제 과정·집회 현지에 전해
용기·단합 깨달아… 국회 비판도
“한국에 또 한 번 배웠습니다.”
인천 부평구에 있는 ‘미얀마 국민통합정부(NUG) 한국대표부’ 얀나이툰(54) 특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와 국회가 이를 해제하는 과정 등을 두고 “민주주의를 향한 한국인들의 열정에 다시금 감탄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얀마 군부 독재에 맞서 싸우고 있는 NUG는 2021년 8월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특사를 임명하고 인천 부평구에 집무실을 마련했다. 미얀마 민주 진영은 군부의 쿠데타가 벌어지자 임시정부인 NUG를 출범시키고 전 세계 10개국에 특사를 파견했다.
얀나이툰 특사는 최근 경인일보와 인터뷰에서 “계엄령이 선포되자마자 국민들과 정치인이 곧바로 국회로 향해 한뜻으로 계엄령 해제를 이끌어내는 모습을 보고 크게 놀랐다”며 “한국인은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단결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미얀마 난민 등이 부평구 일대에 정착했다. 경인전철 부평역 주변에는 미얀마 식당, 사원, 가게 등이 잇따라 들어서 ‘미얀마 거리’가 조성됐다. 전국의 미얀마 유학생, 노동자 등이 주말마다 부평에서 만남을 가지며 교류하고 있다.
2021년 2월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현지 일부는 여전히 계엄령이 선포된 상태다. 미얀마 소식을 전하는 독립 언론 ‘이라와디’(The Irrawaddy)는 올해 3월 미얀마 군부가 3개의 타운십(Township·미얀마 행정구역)에 계엄령을 추가로 선포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61개 타운십에 계엄령이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최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군부의 쿠데타 이후 민간인 6천여 명이 사망했으며 2만1천여 명이 구금된 상태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라와디는 프랑스 뉴스 통신사 AFP 보도를 인용해 한국의 계엄령 선포와 해제 과정,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요구 집회 등을 미얀마인들에게 전하고 있다.
얀나이툰 특사는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 이후 우리 국민들은 한국의 민주화 투쟁 역사를 참고하며 어떻게 독재 정권과 맞서 싸워야 하는지 배웠다”면서 “이번 일(윤 대통령 계엄령 선포)을 계기로 민주주의는 언제나 위협받을 수 있으며, 그런 순간에 국민들의 용기와 단합이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얀나이툰 특사는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국민의힘 의원들이 거부한 것에 크게 분노하기도 했다. 그는 “국민의 소중한 표를 받아 일하는 국회의원은 국민의 뜻을 목숨처럼 여겨야 한다”며 “국민들과 세계인들이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탄핵소추안에 대한 투표조차 하지 않고 본회의장을 떠난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