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질의에서 최창목 서울경찰청 경비안전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12.3 윤석열 내란사태 당일 포고령 1호에 따라 국회의원과 시민들의 국회 진입을 막고 계엄군에게 국회 문을 열도록 허가한 무전 속의 ‘그 목소리’다.
최창목 경비안전계장은 이날 행안위에 출석해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의 지휘를 받고 무전을 통해 윗선의 명령을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서울청 상황실에서 김 청장으로부터 시시각각 내려온 지시에 위법·부당한지,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 아닌지를 판단 없이 그대로 전달했다는 것이다.
최 계장은 경찰대를 졸업해 헌법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갖고 있었지만 자신을 비롯한 경찰 조직 전체가 위법성을 따지지 못하고 사실상 계엄군의 길잡이 역할을 했다고 시인한 셈이다.
조지호 전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계엄 당시 대통령 안가에서 계엄령과 관련해 윤 대통령으로부터 지시 받은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국회 통제’ 부하 직원에게 각각 하달했다.
문제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이날 상부의 지시를 그대로 이행한 경찰 대다수가 헌법을 위반하게 됐다는 점이다. 12.3 계엄 사태 당시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 역시 상관 명령에 따라 국회와 민간인을 대상으로 작전에 들어가 위헌적 지시를 따랐기에 대법원 판례에 따라 내란죄 공범 또는 범법자가 된 것이다.
무전 지시를 했던 최 계장은 ‘위법성’ ‘헌법’ ‘상관 지시’를 막연히 “시키는 대로 했다는 건가”라는 채현일(서울 영등포갑)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부끄럽지만 그렇게 했다”고 답했다.
또 경찰이 제공한 계엄 당일 무전기록에는 상관의 위헌적 지시에 단 한 명도 “부당한 지시를 이행하지 않겠다”거나 “잘못된 지시가 아닌가” “왜 그래야 하는건가”라고 묻는 경찰도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광희(충북 청주서원) 민주당 의원은 이같은 질의를 하며 “(무전 기록에) 단 한 줄도, 단 한순간도, 그 어떤 누구도 헌법 기관인 국회 국회의원을 보호해야 하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다”며 “이게 더 참혹하다”고 했다.
이날 출석한 최 계장을 비롯한 경찰 간부들은 “옳고 그름을 판단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시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윗선인 박성재 법무부 장관의 지시를 거부하고 사의를 표한 바 있다.
/오수진기자 nur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