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서 밈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독자제공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서 밈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독자제공

‘K-팝, 탄핵봉, 밈 깃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여한 MZ세대 들이 새로운 집회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아이돌 응원봉을 흔들며 민중가요 대신 K-팝을 다 같이 부르거나, 유머를 담은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 깃발이 나부끼는 현상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7일 집회에 참석한 최모(26)씨는 “트위터에서 사람들이 아이돌 응원봉을 들고 집회에 참석하자고 했을 때, 소수일까봐 걱정했다”며 “나이대가 비슷한 시민들이 많이 참여했다. 생각보다 밝고 유쾌하게 진행됐고, 주최 측이 우리 세대와 교감하려는 것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전국 집에 누워있기 연합, 수종냉증연합, 드래곤보존협회 등 실제 존재하는 단체들이 아니지만 유머를 섞은 밈 깃발도 집회 분위기를 변화시키고 있다.

직접 밈 깃발을 만들고 지인들을 모아 집회에 참여하는 시민도 등장했다.

김세현(30)씨는 오는 14일 집회 참여를 앞두고 ‘아무것도 안 하고 계속 이러고만 있어야지...윤석열 대통령 탄핵될 때까지’ 깃발을 주문 제작해 놓은 상태다.

그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로 피곤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상황에 웃음을 잃지 말자는 의미로 밈 깃발을 만들게 됐다”며 “지인들과 송년회를 국회 집회에서 하자고 정하면서 15명을 모았다”고 강조했다.

온라인에서는 최근 집회에서 자주 등장한 K-팝을 모아 이른바 ‘탄핵 플레이리스트’ 영상도 등장했다.

또한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아이돌 응원봉을 구입하려는 게시글도 잇따랐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MZ세대가 본인들이 좋아하는 아이돌 응원봉을 탄핵봉이라고 부르며 K-팝을 다 같이 부르는 것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라며 “민중가요를 부르거나 단식농성을 하던 집회 문화는 이제 옛날 방식이다. 새로운 시대에 맞춰서 분노를 표현하는 현상이 젊은 층의 정치적 무관심도 해소해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영선기자 zer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