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위속에도 표결전 인파 운집
탄핵안 통과 소식에 ‘감격 눈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마침내 가결되자 광장으로 나온 시민들이 환호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은 1천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구성한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의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로 가득 찼다. 탄핵 집회 열기 앞에서는 강추위도 무색했다. 주최 측 추산 100만명(경찰 추산 14만5천명)의 시민은 국회의 탄핵안 표결 수 시간 전부터 이곳에 모여 “우리가 이긴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집회에서 만난 박모(45·수원시)씨는 “오늘이 결혼기념일인데, 집회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아내, 아이와 함께 왔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집회 때는 뱃속에 아이가 있어 참여를 못 했는데, 오늘은 아이에게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같이 왔다”고 말했다.
탄핵소추안 표결을 위해 오후 4시 국회 본회의장에 의원들이 속속 입장하자 시민들은 긴장한 얼굴로 곳곳에 설치된 스크린을 지켜봤다. 국회 앞에 울리던 음악과 마이크 음성도 잠시 멈췄다. 이때도 시민들은 “탄핵하라”는 외침을 멈추지 않았다.
이윽고 탄핵안이 통과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은 환호하며 서로를 얼싸안았다. 국회 앞에는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울려 퍼졌다. 지난 7일 탄핵안 표결 불성립으로 흘렸던 분노의 눈물은 감격의 눈물로 바뀌었다. 윤성희(63)는 “역사의 현장에 있다는 것이 감격스럽다”며 “딸이랑 함께 왔는데, 무척 기뻐서 눈물이 계속 난다”고 했다.
이번 집회 기간 중 화제가 됐던 K팝과 형형색색의 아이돌 응원봉에 환호성이 어우러져 국회 앞은 그야말로 축제의 장이 됐다. 이모(28)씨는 “응원봉을 흔들면 국회까지 메시지가 잘 전달될 것 같았다”며 “일주일 만에 탄핵안이 가결돼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광화문서는 보수단체 반대 집회
“주사파 척결” “내란은 프레임”
반면 같은 날 오후 1시부터 서울 광화문에서 맞불 집회를 벌였던 보수단체 회원 등은 탄핵안이 가결됐다는 발표에 분노했다.
이들은 표결 전까지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한다” “주사파 척결” 등의 구호를 외치며 탄핵 반대를 촉구했다. 이들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탄핵안 표결에 참여하자 “국민의힘 해체하라”고 외치기도 했다. 집회 참가자 고모(59·수원시)씨는 “대통령은 법적으로 문제가 하나도 없는데 민주당이 내란으로 프레임을 씌워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분개했다. 김덕환(63·인천 계양구)씨는 “매주 이 자리에 나와 나라가 제자리로 돌아올 때까지 목소리를 내겠다”고 했다.
시민들의 시선은 이제 탄핵소추 의결서를 심판할 헌법재판소로 향했다. 이명신(26)씨는 “민주주의가 승리한 현장에 함께 있어서 너무 좋지만, 헌법재판소 심판이 남았다”며 “국민의 뜻이 조속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장윤석(29)씨는 “가결이 돼서 정말 다행이다. 헌법재판소는 민의를 고려해 법리에 맞는 판단을 빠르게 내리길 기대한다”고 했다.
/변민철·이영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