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시민의식 재확인
일부는 봉투 들고 다니며 청소
카페 선결제 “공동체 정신 남아”
질서정연 행동… 안전우려 씻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집회 현장은 성숙한 시민의식이 빛났다.
많은 인파 속 자칫 안전사고가 우려됐지만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과 소방당국의 안내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이동하고, 일부 시민들은 봉투를 들고 다니며 쓰레기를 치웠다.
강추위 속에서 비좁고 꽁꽁 언 바닥에 앉아 있어야 했던 집회 참가자들은 시민들이 선결제한 카페나 푸드트럭 등에서 잠시나마 몸을 녹이기도 했다.
전북 전주에서 왔다는 김영순(55)씨는 “선결제 카페인지 모르고 줄을 섰다”며 “아직 사회에 공동체 의식이 남아 있는 것 같다”고 기뻐했다.
휠체어를 타고 집회에 나온 중증장애인 하석미(48)씨는 “몸이 불편해도 목소리는 낼 수 있다”며 “지난주(7일)에 두근거리면서 집에서 표결을 지켜봤는데, 오늘은 꼭 나와 목소리를 보태고 싶어 오전 11시부터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12시께 수원역에서 용산역으로 향하는 무궁화호 열차는 집회에 참가하려는 시민들로 복도까지 차 있었다. 김자형(29·수원시) “지난주(7일)에는 1호선 화서역에서 타고 가는데 너무 힘들어서 기차를 타려고 왔다”며 “탄핵을 위해서라면 몇 시간이 걸려도 집회에 참석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각 출구도 오후 1시부터 꽉 막혔다. 에스컬레이터를 타려면 긴 줄을 서야 했다. 시민들은 “대통령 때문에 이게 무슨 난리냐”라고 혀를 차면서도 “오늘이 고생 끝”이라고 기대감을 품었다.
특히 열차가 이날 오후 2시45분부터 서울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과 여의도역을 무정차 통과하면서 시민들은 먼 역에서부터 걸어오거나 다른 역을 우회해 와야 했다. 장수한(28·인천 서구)씨는 “샛강역(서울지하철 9호선)에 내려 환승해 여의도로 겨우겨우 왔다”며 “샛강역에도 환승하려는 시민들 행렬이 엄청 길었다”고 했다.
/변민철·이영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