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국민과 민주주의의 승리”… 한동훈 “결과 무겁게 받아들여”
우 의장 “국민대표 약속 했기에…”
국힘 굳게 닫힌 의총 ‘묵묵부답’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가결된 순간, 여야의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14일 오후 4시 45분 우원식 국회의장이 개표 시작을 선언하자, 국회 본회의장 내부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15분간의 개표 작업이 끝난 오후 5시 우 의장이 ‘가(可) 204표’라고 말하자마자 야당 의원석에서 잠시 환호가 터져 나왔다가 금방 수그러들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우 의장이 가 204표, 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대통령(윤석열) 탄핵소추안’ 가결됐음을 선포하자,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가볍게 박수를 치며 서로 인사를 건넸다. 우 의장이 “국민의 대표로서 엄숙히 선서한, 헌법 준수의 약속에 따른 결정”이라며 산회 전 발언을 이어가는 동안 국민의힘 의원들은 빠르게 자리를 떴다.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 직후 다 같이 로텐더홀에 모였다. 이 자리에서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번 탄핵안 가결은 국민과 민주주의의 승리”라며 “날마다 국회 앞에 모여 응원봉을 들고 헌정 수호를 외쳐준 국민 여러분이 있었기에 또 한 번 승리의 역사를 만들었다. 행동으로 함께해준 모두에게 깊이 감사드린다”고 탄핵 가결 입장을 밝혔다.
이후 민주당 의원총회가 오후 5시 32분께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이재명 대표는 “이번 가결이 승리가 아니다. 앞으로 갈등 상황이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책임감 있고 신뢰를 주는 국회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15일 오전 11시에 탄핵 소추안 가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국민의힘 의원총회가 시작된 회의실 문은 한동안 굳게 닫혀 열리지 않았다. 본회의 직후 여당 의원들은 보좌진 등이 손을 잡아 양쪽으로 만든 길을 따라 무거운 표정으로 의원총회가 열리는 회의장으로 곧바로 들어갔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도중 당대표실에 다녀왔지만, 탄핵 소추안 가결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엔 묵묵부답이었다.
한동훈 대표는 의원총회 도중 기자들을 만나 “오늘의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도 “당 대표 직무를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사퇴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당론으로 탄핵 찬성을 제안한 것에 대해 “나라와 국민만 생각하자고 한 말은 후회하지 않는다”며 “저는 대통령의 직무정지가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후 최고위원 중 장동혁 의원을 시작으로 김민전·인요한·진종오 의원이 사퇴하면서 당은 자동으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됐다. 한 대표의 발언과 관계없이 권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을 맡게 된다. 이로 인해 당 지도부 붕괴 등 위기도 감지되는 상황이다.
그러면서 한 대표는 “저는 심각한 불법 계엄 사태에서 어떻게든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래서 조기사퇴를 비롯한 질서있는 퇴진을 말했는데 대통령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무산됐다”며 “대통령 직무를 조속히 정지시키고 상황을 정상으로 빨리 되돌리려면 탄핵 가결이 불가피하다고 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희연·이영지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