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변화하는 세대

 

‘계엄사태’ 자신 일상 영향력 경험

온라인 네트워크 참여 여론 확산도

‘청년 문화코드’로 과거와 달라져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민들이 형형색색의 응원봉을 흔들고 있다. 2024.12.14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민들이 형형색색의 응원봉을 흔들고 있다. 2024.12.14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경기도 부천에 거주하는 대학생 정민우(24)씨는 최근 아이돌 응원봉을 구매했다. 여자친구가 좋아하는 아이돌 응원봉을 같이 들고 탄핵집회 현장에 나가기 위해서였다. 정씨는 “평소 아이돌에 대해 관심이 없어서 응원봉도 없었는데, 비상계엄 사태를 보면서 집회에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중 여자친구가 추천했다”며 “같이 14일 집회에 참여해 탄핵이 가결되는 순간을 지켜봤다”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윤석열 대통령 퇴진 집회에는 2030 청년층과 10대 청소년들이 대거 참여했다. 군이 국회로 진입하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접하며 자신의 일상이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경험한 이들은 집회 현장의 풍경마저 바꿨다.

윤석열 대통령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인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2024.12.14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윤석열 대통령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인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2024.12.14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아이돌 콘서트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응원봉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집회 현장의 상징처럼 자리잡았다.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14일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이날 표결을 앞두고 오후 1시 기준 응원봉 검색 관심도 지수는 100을 기록했다. 구글 트렌드는 구글 사용자들의 검색 내용을 0~100 사이 값으로 수치화해 관심도로 나타내는데, 비상계엄령이 선포된 3일부터 검색량이 급격히 늘었다. 아이돌 그룹명이나 ‘광선 검’, ‘LED 양초’ 등 불빛을 내는 제품도 연관 검색어로 등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민들이 형형색색의 응원봉을 흔들고 있다. 2024.12.14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민들이 형형색색의 응원봉을 흔들고 있다. 2024.12.14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경기지역 대학생과 고교생들의 시국선언도 이어졌다. 지난 5일 인천대, 용인예술과학대를 시작으로 6일 경기대, 9일 아주대·서울예대 등이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윤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 또 인천지역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고교생 300여명도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12·3 사태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인천시 고등학생 시국선언’을 발표해 주목받기도 했다.

정치에 무관심한 세대로 여겨졌던 청년 세대가 집회를 주도하는 위치로 올라선 이유는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을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윤석열 대통령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인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2024.12.14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윤석열 대통령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인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2024.12.14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국회가 실시간으로 침탈당하는 장면을 아이돌 팬클럽이나 취미를 공유하는 커뮤니티에서 실시간으로 공유하면서 이를 두고 볼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청년 집회 참여 여론이 확산한 것도 중요한 요인”이라고 했다.

이어 “2016년 촛불집회 당시는 민주화운동을 경험한 기성세대의 주도하에 2030세대는 따르는 위치였지만, 올해는 동질감을 느낀 청년들이 자신들의 문화 코드를 집회 현장에서 채우면서 민중가요가 울려 퍼졌던 과거의 집회와 다른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