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204·반대 85·기권 3·무효 8표
노무현·박근혜 이어 ‘헌정 3번째’
한덕수 대행·바이든 동맹 재확인
이재명·권성동 대세 선점 신경전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에서 가결돼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 사상 세 번째 탄핵안 가결이다. 헌재가 소추를 기각하면 윤 대통령은 직무에 복귀하지만, 인용 시 즉시 파면되고, 헌재 결정 후 60일 이내에 대선이 치러져야 한다.
이로 인해 정치권은 탄핵 심리와 조기 대선 가능성을 두고 긴박하게 돌아갔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15일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하는 등 국정 안정에 나섰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부에 여야 국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를 거부한 국민의힘은 지도부 붕괴 위기로 당내 혼란이 가중되면서 정국은 격랑 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국회는 14일 오후 4시 여야 재적의원 300명 모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표결에서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탄핵안을 가결시켰다. 지난 7일 1차 투표에서는 국민의힘의 불참으로 의결정족수(200석)를 채우지 못해 폐기됐으나, 이날은 국민의힘에서 최소 12표의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장의 소추의결서 결재 후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소추위원 자격으로 탄핵의결서 정본과 사본을 헌법재판소에 직접 전달했다. 용산 대통령실에는 김민기 국회 사무총장이 탄핵의결서를 전달하면서 이날 오후 7시24분에 대통령 직무가 정지됐다. 이후 국정운영은 한덕수 국무총리 권한대행 체제로 즉시 전환됐다.
국군통수권, 계엄선포권, 조약 체결 및 비준권 등 헌법과 법률상의 모든 권리를 위임받은 한 대통령 권한대행은 탄핵소추안 가결 이튿날인 1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로 한미동맹을 재확인하고, 국정운영의 안정화를 위해 우원식 국회의장을 찾아 협조를 당부했다. 앞서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비서실과 총리비서실·국무조정실 간 업무조정 협의를 위해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도 만나 국정 현안을 논의했다.
현직 대통령의 직무정지로 여야 정치권도 긴박하게 돌아갔다. 국민의힘은 탄핵안이 가결되자 선출직 최고위원 5명의 줄사퇴와 한동훈 대표 책임론이 제기되는 등 계파 간 내홍이 격화됐다. 한 대표 사퇴 후 비대위 전환 논란 속에 16일 오전 한 대표가 기자회견을 갖고 거취를 발표할 예정이다.
반면,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5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대세 선점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지금 대한민국의 정상화가 시급하다”며 “국정 정상화를 위한 초당적 협력체, 국회와 정부가 함께하는 국정안정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여당은 국민의힘이다. 끝까지 책임있는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신경전을 벌였다.
이런 가운데 “마지막 순간까지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장문을 발표한 윤 대통령은 이날도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한남동 관저에 머물며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대응을 위한 자료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종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