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국회 가결 소식에… 여의도 ‘환호’ 광화문 ‘탄식’ 교차
“결혼기념일 보다 더 중요한 집회”
감격의 눈물… K팝 어우러진 축제
보수단체 탄핵 반대 맞불 집회도
“나라 제자리 돌아올때까지 목청”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 소식이 전해지자, 추운 날씨에 광장으로 나온 시민들 사이에선 환호와 탄식이 교차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은 1천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구성한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의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로 가득 찼다. 이들은 탄핵안 표결 수 시간 전부터 이곳에 모여 “우리가 이긴다”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집회에서 만난 박모(45·수원시)씨는 “오늘이 결혼기념일인데, 집회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아내, 아이와 함께 왔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집회 때는 뱃속에 아이가 있어 참여를 못 했는데, 오늘은 아이에게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같이 왔다”고 말했다.
탄핵안 통과 소식이 전해지자 이들은 환호하며 서로를 얼싸안았다. 일주일 전 탄핵안 표결 불성립 당시 흘렸던 분노의 눈물이 감격의 눈물로 바뀐 순간이었다. 윤성희(63)씨는 “역사의 현장에 있다는 것이 감격스럽다”며 “딸이랑 함께 왔는데, 기뻐서 눈물이 계속 난다”고 했다.
이번 집회 기간 중 화제가 됐던 K팝과 형형색색의 아이돌 응원봉에 환호성이 어우러져 국회 앞은 그야말로 축제의 장이 됐다. 이모(28)씨는 “응원봉을 흔들면 국회까지 메시지가 잘 전달될 것 같았다”며 “일주일 만에 탄핵안이 가결돼 기쁘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는 오후 1시부터 보수단체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회원들이 맞불집회에 나섰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한다’, ‘주사파 척결’ 등의 구호를 외치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탄핵안 가결 소식이 전해진 직후 현장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었다. 탄식을 쏟아내다 못해 분노하는 이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집회 참가자 고모(59)씨는 “대통령은 법적으로 문제가 하나도 없는데 민주당이 내란으로 프레임을 씌워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분개했으며, 김덕환(63)씨는 “매주 이 자리에 나와 나라가 제자리로 돌아올 때까지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했다.
시민들의 입장은 찬반으로 극명하게 갈렸으나, 이들의 시선은 공통적으로 헌법재판소를 향하고 있다. 장윤석(29)씨는 “가결이 돼서 정말 다행이고 헌법재판소는 민의를 고려해 법리에 맞는 판단을 빠르게 내리길 기대한다”고 했으며, 박진명(70)씨는 “헌법재판소까지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특별취재팀
※특별취재팀=변민철·마주영·송윤지(사회부)·이영선(정치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