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서울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표결되고 있다. 이날 무기명 투표 결과 재적 300명 중 300명 투표, 찬성 204표, 반대 85표 등으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2024.12.14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14일 오후 서울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표결되고 있다. 이날 무기명 투표 결과 재적 300명 중 300명 투표, 찬성 204표, 반대 85표 등으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2024.12.14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이제 정국의 키는 더불어민주당이 완전히 쥐게 됐다. 마음만 먹으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도 언제든지 무력화시킬 수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나 이주호 교육부총리 중 골라서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내세울 수 있다. 자신들의 힘으로 관철시킨 사상 초유의 ‘감액 예산’도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추경을 통해 회복시킬 수 있다. 사실상 민주당의 행정부 장악이다. 정국 운영의 상대였던 국민의힘까지 저렇게 지리멸렬의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최고위원 전원이 사퇴함으로써 당 지도부가 붕괴의 길을 걷고 있다. 계속 직무를 이어가겠다던 한동훈 대표도 함께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이 당내에 비등하다. 이렇게 되면 당분간 민주당을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 아예 없는 상태가 된다.

이렇게 완벽한 독주(獨走)가 가능해진 상황에서 어제 이재명 대표는 기자회견을 갖고 ‘속도 조절’과 ‘힘 조절’의 뜻을 밝혔다. 한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은 일단 하지 않겠다고 했다. 너무 많은 탄핵을 하게 되면 국정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겠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했다. 정부의 재정역할 축소, 즉 감액 예산에 대해서도 추경을 신속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음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국정 정상화를 위해 국회와 정부가 함께하는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앞서 민주당이 국무위원들에 대해 무더기 탄핵을 추진하자 김부겸 전 총리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는 듯한 인상을 줄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는데 이런 의견들이 받아들여진 결과로 보인다. 고무적인 내용이기는 하나 민주당의 의지대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현실을 확인시킨 셈이다.

민주당은 이제부터 여당이 아니면서도 실질적으로 여당의 역할을 하게 됐다. 따라서 그 어느 때보다도 책임 있는 자세로 국정 운영에 임해야 한다. 공식적이고 새로운 국가 리더십이 회복될 때까지 국민들의 불안한 마음을 달래고, 경제 회복과 사회적 안정을 위해 힘을 기울여야 한다. 외교 측면에서도 한국에 대한 우려와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와 껍데기뿐인 여당일지라도 국민의힘과 초당적으로 협력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대법원의 징역형 확정으로 수감을 앞두고 있는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를 두고 벌써부터 사면과 복권을 언급하는 언행은 절대적으로 경계해야 할 일이다. 대권을 이미 손에 쥔 듯한 태도가 부메랑이 될 것을 걱정해야 한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