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최대 과제인 차기 대통령 선출
이재명 유리한 고지 점령 분명하지만
이후 전개될 한국 정치모습 예측불가
국가 위기상황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
다음 대선, 그 출발점이 될 수 있길
지난 14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가결됐다.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지만 다수의 국민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적어도 12명의 국민의힘 의원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탄핵 소추안이 통과되자 많은 국민들이 환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이것으로 끝난 것은 결코 아니다. 당장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남았고 그 이후 전개될 한국정치의 모습은 예측하기 힘들다. 어쨌든 헌재에서는 탄핵이 인용될 가능성이 더 높아보인다.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계엄선포라는 부인할 수 없는 중범죄를 저질렀을 뿐 아니라 지난 노무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에서 볼 수 있듯이, 헌재는 국민 다수의 의사를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탄핵 최종 결정 이후 우리 국민 앞에 놓일 최대 과제는 어쩔 수 없이 차기 대통령과 정부를 결정하는 일이다. 조기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언론도 차기 대통령에 대한 예측을 본격적으로 쏟아낼 것이다.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큰 차이로 줄곧 1위를 달리던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가 탄핵 사태를 겪으면서 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내년 상반기로 선거일정이 대폭 앞당겨지면 다른 잠재 후보들이 반전의 기회를 잡기에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이 대표가 안고 있는 가장 큰 위험요소인 사법리스크를 빗겨 갈 가능성도 한결 높아졌다. 그러나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한국정치에서는 예측하기 힘든 일이 자주 벌어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사는 불통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윤 대통령이 계엄을 실제로 행동에 옮길 것이라고 어느 누가 예상했겠는가.
차기 대선 결과를 예단하는 것이 섣부른 첫 번째 이유는 대선 경쟁에서 앞서고 있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상당히 줄어들기는 했지만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15일 선거법 재판에서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없는 징역형을 선고받았는데, 만약 헌재의 심판보다 항소심 결과가 먼저 나오고 또 다시 중형이 선고되면 이 대표가 의외의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현직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 위반으로 탄핵된 후 치러지는 대선이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차기 대통령에게 보다 엄격한 법적, 도덕적 기준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둘째, 우리나라 정치의 세력 분포가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를 힘들게 만든다. 두 명의 자당 대통령이 탄핵되면 국민의힘이 차기 대선에서 불리한 위치에 처할 것은 분명하나, 그렇다고 완전히 희망을 접어야 하는 상황도 아니다. 2017년 대선에서 탄핵 사태라는 초유의 기회를 잡고서도 문재인 후보는 40%를 겨우 넘겨 당선됐다.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후보가 단일화했으면 결과를 알 수 없는 선거였다. 더군다나 보수의 적통이었던 박근혜와는 달리 용병으로 급히 채용된 윤석열이 보수에 가할 충격은 상대적으로 약할 것이다. 우리나라 대선은 결국은 진보와 보수가 각각 40을 가지고서 어떻게 중간의 20을 끌어오느냐의 싸움으로 결론이 난다. 만약 국민의힘이 탄핵 이후 상황을 잘 수습하고 오세훈이나 박형준 시장 같은 합리적이고 중도성향이 강한 후보를 내세운다면 대선결과가 어떻게 될지 장담하기 힘들다.
셋째, 극단적 대결정치에 대한 국민의 거부감이 분출될 가능성이 있다. 윤 대통령이 계엄이라는 자멸적 무리수를 둔 데에 민주당의 도에 지나친 공격이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 여론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많은 국민이 민주당이 자당 대표의 수사와 판결에 관련된 검사와 판사뿐 아니라 역사상 처음으로 감사원장까지 탄핵한 것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 탄핵이라는 당장의 과제에 집중하느라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지 않았을 뿐이지 대선 국면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면 온건하고 상대 진영의 반감도 약한 후보에 대한 요구가 높아질 수 있다. 그런 경우 민주당의 소위 ‘3김’, 그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본선 경쟁력이 높다고 평가받는 김동연 지사 같은 인물이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우리가 10년도 안 돼 두 명의 탄핵 대통령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대통령이 되면 통치를 잘할 후보가 아니라 당장 인기가 많은 후보, 미래의 비전을 보여주기보다 자기 세력의 속을 시원하게 해줄 후보를 주로 뽑아 준 것에 상당 부분 기인한다. 우리 경제는 갈수록 어렵고 국가경쟁력은 점점 후퇴하고 있다. 이런 국가적 위기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문제 해결 중심으로 우리의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다음 대선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신철희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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