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계엄 옹호 오해받는 건 옳지 않아”
‘탄핵 반대 85표’ 겨냥한 마지막 경고
부정선거 음모론 유튜버 동조 우려도
이재명 재판 언급하며 목소리 높아져
“불법계엄을 옹호하는 것처럼 오해받는 건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해낸 위대한 나라와 국민을, 보수의 정신을, 우리 당의 빛나는 성취를 배신하는 것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긴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물병을 던지는 등 격앙된 항의를 받고 난 이후다.
한 대표는 사임사에서 그같은 탄핵 반대에 대한 집착이 ‘국민과 보수와 국민의힘이 이룬 빛나는 성취를 배신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여론과 다르게 85표나 나온 탄핵 반대 의견을 고수하다가는 민심이반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당 대표로서의 마지막 경고로 보인다.
또 “우리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 극단적 유튜버들 같은 극단주의자에 동조하거나 상업적으로 생산하는 공포에 잠식당한다면 보수의 미래가 없을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한 대표는 또 “여러분 우리 국민의힘은 12월3일 밤, 당대표, 의원 등과 함께 제일 먼저 앞장서서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이 한 불법 계엄을 막아냈다.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켰다. 저는 그것이 진짜 보수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사랑하는 국민의힘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고 내세웠다.
한 대표는 “그날 밤 계엄을 해제하지 못했다면 다음날 아침부터 거기로 나오는 시민과 젊은 군인 사이 유혈사태가 벌어졌을 수 있다. 저는 그런 일을 막지 못할까봐 너무나도 두려웠다”는 당일의 소회도 전했다.
한 대표는 이어 “아무리 우리 당에서 배출한 대통령이 한 것이라도 우리가 군대를 동원한 불법계엄을 옹호하는 것처럼 오해받는 건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해낸 위대한 나라와 국민을, 보수의 정신을, 우리 당의 빛나는 성취를 배신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 대표는 대통령 탄핵으로 마음아픈 지지자를 생각하면 “참 고통스럽다”면서도 “제가 당대표에서 쫓겨나는 이유가 된 탄핵찬성을 여전히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저는 어떤 일이 있어도 대한민국과 주권자를 배신하지 않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대표직 사퇴에 대해 “최고위원들의 사퇴로 최고위가 붕괴되, 당 대표로 임무를 정상적으로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정권을 헌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의식하는 듯, 한 대표가 “계엄이 잘못이라고 해서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 폭주와 범죄가 정당화 되는 것은 아니다. 이재명 대표의 재판 타이머는 멈추지 않고 가고 있다. 얼마 안남았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한 대표는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국민과 지지자에게 사과했다.
먼저 “비상계엄사태로 고통받은 모든 국민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면서 허리를 숙였다.
한 대표는 ‘탄핵으로 마음아픈 우리 지지자’에게도 ‘죄송하다·미안하다’라고 사과했다.
그는 “탄핵으로 마음아픈 우리 지지자에게 많이 죄송하다”면서 “탄핵이 아닌 이 나라의 더 나은 길을 찾아보겠다고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결국 그러지 못했다. 모두 제가 부족한 탓이다. 미안하다”라고 했다.
그는 “비판해주신 국민들께도 감사드린다”면서 당직자, 당원에게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한동훈 대표는 마지막으로 “나라가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순정기자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