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인천교구청서 ‘제1회 김병상 사회정의평화상’ 시상식
“작년 채 상병 사건 알렸을 때
집단 항명 수괴로 구속하려 해”
최근 불법적 명령 안타깝다 견해도

“이제는 정의롭고 올바른 길이 열릴 시간입니다.”
일명 ‘채 상병 사망 사건’을 수사했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은 16일 오후 인천 동구 천주교 인천교구청에서 열린 ‘제1회 김병상 사회정의평화상 시상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박 대령은 이날 수상 소감에서 “지난 주말 우리 사회에 큰 변화가 있었다”며 “지난해 채 상병 사건의 진실을 알렸을 때 누군가는 망상이라고 했고, 집단 항명의 수괴로 저를 구속하려고 했다. 지금은 누가 망상을 하고 있는지, 누가 수괴인지 국민들께서는 알 것”이라고 했다.
박 대령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등 일련의 사태와 관련한 견해도 밝혔다.
그는 “불법적 명령을 누구 한 명 자신의 직을 걸고 막은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 안타깝다”며 “국민은 누가 진실을 이야기하는지 알고 있다. 이제는 윤 정부의 치부가 정의롭게 정리될 시간”이라고 했다.
박 대령은 비상계엄에 동원된 병사들에게 “너희 잘못이 아니다. 자책하거나 힘들어하지 말아 달라”는 말도 남겼다.
김병상신부기념사업회는 인천 민주화운동 대부인 고(故) 김병상(1932~2020) 신부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사회정의평화상’을 제정, 첫 번째 수상자로 박 대령을 선정했다. 김 신부는 생전 민주화운동에 헌신하며 사회적 약자와 노동자 편에 섰던 인물이다.

박 대령은 해병대 수사단장 재임 시절이던 지난해 7월 실종자 수색 중 숨진 해병대 제1사단 소속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에 대한 수사를 벌였다. 그는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 등 8명에게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보고 경찰에 사건을 이첩하겠다고 상부에 보고했다.
그러나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은 이첩 보류를 지시했고, 박 대령은 이를 따르지 않고 경상북도경찰청에 사건을 넘겼다. 이 일로 그는 보직 해임됐고, 항명죄 등으로 기소돼 다음 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박 대령은 국회에 출석해 대통령실의 수사 개입과 사건 은폐 의혹 등을 알리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수사 외압 의혹 등에 대한 진상 조사를 위해 ‘채 상병 특검법’을 세 차례 발의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모두 폐기됐다.

기념사업회는 박 대령이 상부의 압력으로 인해 자신이 범죄자로 낙인찍히는 불이익에도 어린 해병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불의에 맞서 진실 규명에 힘썼다고 평가했다. 기념사업회 공동집행위원장 김일회 신부는 “채 상병 사건에 대한 박정훈 대령의 수사 의지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의 불씨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사회 정의를 위해 부당한 지시에 맞서 군인으로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한 박 대령의 행보는 김병상 신부의 정신과 가깝다”고 말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