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 주도권을 둘러싼 각 수사기관 간의 경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증거 인멸과 핵심 주동자 간 말 맞추기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내란 사태 주동자에 대한 신속한 수사가 요구되고 있지만, 수사기관 간 과도한 경쟁이 되레 수사 속도를 늦추고 위법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박세현 서울고검장)와 비상계엄 공조수사본부(경찰청 국가수사본부·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국방부 조사본부로 구성된 수사협의체)는 이번 내란 사태의 정점, 윤 대통령에 대한 소환조사를 동시에 추진 중이다. 검찰은 지난 11일과 16일 윤 대통령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냈고, 공조본도 지난 16일 윤 대통령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내며 양측이 동시에 윤 대통령 소환을 시도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중복수사로 인한 수사 지연 가능성을 지적했다. 김희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 명의 수사 대상에 대해 여러 수사기관이 소환조사를 요구했을 때 시간을 조율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며 “각 수사기관이 수사상황을 공유하며 혐의 입증을 해야 하지만 한 수사기관이 주도적으로 하다가 답을 내놓지 못하면 피의자만 좋은 것”이라고 우려했다.
내란 사태 수사의 지체는 피의자 간 말 맞추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 윤 대통령이 지난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고 주장한 이후 이번 사태를 주도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현재 구속)의 입장은 정반대로 뒤바꼈다. 김 전 장관은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도 포기했지만, 지난 14일 김 전 장관의 변호인단은 검찰의 출석 조사 요구에 “불법 수사에 조력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내란에 조력하는 것”이라며 반발한 바 있다.
위법수사 논란은 향후 내란 사태 재판에서 핵심 논쟁 지점이 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내란 사태 수사가 돌입한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공수처법을 근거로 검·경에 수사 이첩을 요구했다. 이에 경찰은 윤 대통령 등 사건을 이첩했지만, 검찰은 아직까지 이첩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자 앞으로 있을 재판에서 공수처의 이첩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검찰을 문제 삼아 피의자들이 무죄를 주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피의자들이 재판에서 공수처에 이첩하지 않은 검찰 수사를 위법하다며 무죄를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법리적 다툼을 대비해 수사에 대한 교통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